남아시아 수력발전 뛰어든 국내 공기업, 자연재해 ‘비상’

2010년대부터 산악지역 수력발전 진출
큰 낙차 활용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 우려
“자체 위험성 평가 제도 만들어 대비해야”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2026-08-30 10:07:23

네팔 누와콧 지역 데비갓 지역의 홍수 피해 현장. AP 연합뉴스 네팔 누와콧 지역 데비갓 지역의 홍수 피해 현장. AP 연합뉴스

네팔 대홍수로 현지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인 근로자 9명이 실종된 가운데, 유사한 자연재해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팔을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은 풍부한 유량과 산악지형의 큰 낙차 등 수력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춰 국내 발전사들이 2010년대 초부터 수력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각종 자연재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만큼 이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홍수가 덮친 네팔 어퍼트리슐리-1 프로젝트는 한국남동발전이 2011년부터 개발해 온 216MW(메가와트)급 수력발전 사업이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 유역에 조성 중이다. 총사업비만 약 9000억원이 투입되는 네팔 최대 외국인 투자 수력발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큰 낙차를 활용하는 수로식 발전소다. 10km 길이 터널을 통해 340m의 낙폭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2011년 사업에 착수한 뒤 10여년간 개발 단계를 거쳐 2022년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이곳은 최근 공정률 84%를 넘어서며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핵심 취수시설 대부분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9명은 사태 직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번 사고는 남아시아에서 수력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발전사들에도 경고음이 되고 있다. 국내 발전사들은 2010년대 초부터 네팔과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산악지역 수력발전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수력발전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고 완공 이후에는 연료비 부담 없이 전력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파키스탄에서 2020년부터 102MW 규모의 굴푸르 수력발전소를 상업 운전 중이다. 229MW급 아스릿케담(2029년 준공 목표)과 238MW급 칼람아스릿(2030년 준공 목표)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국내 발전사들도 라오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에서 수력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력발전에 유리한 곳이지만 동시에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 아울러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상 관측과 조기경보, 재난 대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현지 정부의 느슨한 인허가 규정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고강도 자체 안전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대규모 플랜트 건설 시 주변 유역 전반의 환경 변화와 재난 안전성을 촘촘하게 심의·평가하는 제도가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관련 기준이나 규제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에 진출할수록 우리 발전 공기업들이 스스로 사업의 영속성과 자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험성 평가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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