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 2026-08-30 14:28:27
삼성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다음 달부터 무주택 임직원에게 최대 5억 원을 저리로 지원하는 사내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대기업도 유사한 사내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특혜라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 매매 시 최대 5억 원, 임차 시 최대 3억 원을 개인 부담 이율 연 1.5%로 지원하는 주택자금지원 대출 신청을 받는다.
대출 실행일 기준 본인과 배우자 모두 주택, 분양권, 입주권, 오피스텔을 보유하지 않아야 신청할 수 있다. 대상 주택은 25억 원 이하이며 수도권과 광역시는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된다.
상환은 3년 거치 후 10년 동안 매달 원리금을 나눠 갚는 방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사내 부부는 1세대 1주택당 한 건만 대출받을 수 있다. 결혼 전 각자 대출을 받은 사내 커플이 결혼한 뒤 한쪽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대출금을 반환해야 한다.
1주택자도 기존 집을 매도하고 같은 날 새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갈아타기라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살 때는 대출 실행일까지 기존 임대차계약을 끝내고 임차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임직원이 퇴직하거나 자격을 잃으면 퇴직일로부터 17일 안에 남은 원리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이 제도는 지난 5월 27일 노사 임금협약에 따라 마련됐으며 2035년까지 운영된다.
최근 SK하이닉스도 사내 주택대출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기존에는 다자녀, 3자녀 이상 직원에게만 연 1.5% 금리로 최대 2억 원을 빌려줬으나, 이를 기혼 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노사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다만 전체 합의안이 지난 25일 생산직 중심 전임직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주택대출 확대를 포함한 최종 적용 여부는 재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저금리 사내대출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임직원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 한도를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렸고, 토스도 최대 1억 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준다. 네이버는 최대 2억 원, 카카오는 1억 5000만 원, LG전자는 1억 원 한도로 주택자금 대출 이자 일부를 지원한다.
이런 제도는 사내 복지로 운영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에서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대기업 임직원들이 저금리 혜택까지 누리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일반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사내대출이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 대상 주택을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추가하기도 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도 특혜 논란을 의식해 이 방침을 받아들였다.
한편, 대출 규제 우회 비판에 금융당국도 기업들의 사내 대출 제도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신진창 사무처장은 지난달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 주택 제한, 주택 면적 제한 등 기업들의 자율적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이찬진 원장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사내대출을 직접 규제하기는 어렵지만 공익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성과급을 DSR 산정 소득으로 인정하는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