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 2026-10-07 07:43:34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적 장애가 있는 조카를 살해한 뒤 치매를 앓는 어머니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60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6일 대구지법 형사13부는 살인·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62)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 판단을 했으며,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 4명이 징역 7년, 3명이 징역 8년 의견을 냈다.
A 씨는 지난 3월 22일 경북 경주시의 한 항구에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바다로 데려가 조카를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어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려다 목격자들에게 제지돼 미수에 그쳤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께부터 치매를 앓는 어머니, 지적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그의 딸을 돌봤다.
2022년 여동생이 숨진 뒤에는 사실상 홀로 어머니와 조카의 의식주와 가사를 책임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남동생에게 "조카가 나를 너무 때린다. 이제 한계다, 너무 힘들다"는 취지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에 출석한 A 씨의 남동생은 "A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검사는 "피해자들은 범행에 취약한 장애인과 치매 노인이었고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범행"이었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어 "숨진 조카는 처벌 의사조차 밝힐 수 없고, 모친 역시 치매로 본인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며 "모친이 피고인에게 '죽기 싫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했는데도 피고인은 그 의사에 반해 계속 범행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약 8년간 두 피해자를 사실상 홀로 부양하면서 극심한 병간호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과연 반인륜적인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지, 피해자들을 부양하면서 마음의 병을 얻게 된 또 한 명의 피해자는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달라"며 "일반적인 살인 범행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살펴봐 달라"고 했다.
A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죽을죄를 지었다. 제가 조카를 죽게 했으니 형량을 많이 주십시오"라면서도 "만약 나가게 된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잘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생명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숨진 조카가 사망 직전 느꼈을 극심한 공포를 가늠하기 어렵고, 모친은 믿었던 아들의 범행으로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모친에 대한 재범 가능성도 절대 가볍지 않아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