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빈이 말하는 #'우리 연애의 이력' #'또 오해영'(인터뷰)

2016-07-12 09:48:23

가수 출신 배우. 전혜빈에게 곧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2002년 걸그룹 LUV 멤버로 데뷔했던 이력 탓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냥 '배우'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같은 해 MBC 시트콤 '논스톱3'로 첫발을 내디딘 후 어느새 14년 동안이나 연기에 매진해온 그녀다.
 
다만 브라운관에 주로 머물렀다. KBS2 '상두야 학교가자' '직장의 신', SBS '왕과 나' '신의 저울'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던 그녀지만,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개봉한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은 전혜빈에게 특별하다. 단지 '몽정기2' 이후 10여 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이어서가 아니다.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여배우 우연이 역을 맡은 전혜빈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영화의 차분한 분위기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저도 왜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웃음).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와 닿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리 연애의 이력'의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어요.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더라고요."
 
그 중심은 '여린 감성'이었다. 보다 자극적이고 거친 분위기의 영화에 익숙해져 가는 것을 경계하며, 잔잔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전혜빈은 "물론 관객분들의 입장에서는 블록버스터와 같은 웅장한 작품을 선호할 수 있다"면서도 "나처럼 여린 감성에 굶주려 있던 관객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대한 영화로 대변되는 '명품'은 아니지만,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수공예품' 같은 영화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꼭 닮아있던 연이에게 애착이 가기도 했다. 극 중 연이는 옛 연인이었던 선재(신민철)와 이별한 사이지만, 이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아직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일을 핑계로 그저 붙어있을 뿐이다. 전혜빈은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는 연이를 연기하며 뜨끔했다"며 "그동안 나도 참 사랑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객에게 당부하는 점도 이와 같다. 비록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이지만 영화를 보며 조금은 쉽게, 또 단순하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선재와 연이는 생각이 복잡해서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사랑에도 실패한 거예요. 그런 이별에도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쾌하게 이겨내더라고요.(웃음). 부정적인 일이 있어도, 가끔은 철없고 유쾌하게 지나갈 수 있는 정답을 제시하는 것 같아요."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전혜빈'과 '코믹'의 콜라보. 태어나서 한 번도 코믹스러운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그녀지만, '우리 연애의 이력' 속 제법 능청스러운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전혜빈은 "남을 웃겼을 때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며 "언젠가는 제대로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다. 잘 할 수 있다"며 웃었다.
 
■ '또 오해영', 그리고 그 이후의 전혜빈
 
2016년은 전혜빈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자신을 타이를롤로 하는 작품에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약했다. 지난 달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예쁜 오해영을 연기한 그녀는 실감나는 내면연기로 호평받았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극 초반 또 다른 타이틀롤을 담당했던 그냥 오해영(서현진) 앞에 나타나 그와 박도경(에릭)의 사랑에 훼방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 유독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고 있던 상황, 예쁜 오해영(전혜빈)의 등장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혜빈은 "'예쁜'이라는 말 자체가 보는 사람도, (연기를) 하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항상 예뻐야 하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녀도 배우이기 전에 여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나보다.
 
다행히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예쁜 오해영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었고, 무엇보다 호소력 있게 그것을 표현한 전혜빈에 시청자들도 더이상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흥행몰이에 성공한 '또 오해영'을 보며, 힘들게 걸어왔던 길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그러나 한켠으로는 확실히 배우로서 성장했음을 그녀 또한 느끼고 있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연기자로 전향하기에는 독이 됐던 시기가 있었어요. 당시 가요계가 그리 좋았던 시기도 아니었고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런 과정에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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