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1-13 13:12:00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불어난 대출 규모에 높은 예대금리차가 더해지며 ‘이자 장사’가 역대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 반면 은행들은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임금인상률을 상향하고 성과급 규모도 대폭 늘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이는 전년(2.0%)보다 0.8%포인트(P) 높아진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직 노사 합의안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임금인상률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사안인 만큼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성과급도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 원 증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 7883억 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 3282억 원)보다 4.06% 증가했다. 특히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권 순익이 불어난 것은 은행권의 예·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영향도 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P)는 2023년 8월(1.45%P)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9조 1417억 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개선했다. 은행권은 산별교섭을 통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해 약 두 달간 오전 10시 출근이나 오후 5시 퇴근 등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에서 산전후 휴가를 제외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2년에서 2년 6개월로 늘어났다.
하나은행은 출산경조금도 기존의 다섯 배로 높였다.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300만 원, 넷째 400만 원이던 출산경조금은 각각 500만 원, 1000만 원, 1500만 원, 2000만 원으로 올랐다. 또한 유·사산 위로금 50만 원을 신설하고, 유아교육 보조비를 자녀당 연 240만 원으로 올렸다.
은행 직원의 급여 역시 높은 수준이다. 은행경영현황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 1265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 182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억 1566만 원)·농협은행(1억 1069만 원)·우리은행(1억 969만 원)·신한은행(1억 898만 원) 순이었다. 지역 은행인 부산은행의 1인당 평균 소득도 1억 895만 원으로 5대 시중은행 수준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