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3-10 18:35:07
동남권 대표 건설사인 동원개발이 기존 분양 계약을 취소하고 공정률 30%까지 진행했던 공사마저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역 부동산 침체가 극단으로 치닫고 지방 건설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울산 남구 무거동에서 진행 중이던 무거 비스타동원의 기존 분양을 취소했다. 무거 비스타동원은 지하 6층~지상 37층, 58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이 가운데 아파트는 481세대다. 무거 비스타동원은 완공되면 무거동에서 최고층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분양 성적부터 저조했다. 동원개발이 지난해 10월 이 단지 481세대를 일반 분양했는데 청약 결과 1, 2순위를 모두 합해도 1 대 1 경쟁률을 넘기지 못했다. 실제 계약률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개발도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공사가 일부 진행되던 상황(공정률 약 30%)에서 공사를 세웠다. 이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과 합의해 계약을 취소하고 추후 다시 분양 일정을 잡기로 했다. 아파트 건립 공사 역시 분양 재개에 맞춰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동원개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라 부지 소유권을 건설사가 들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협의 과정은 없었다. 공사에 참여하는 협력 업체들과의 관계도 문제 없이 정리했다”며 “지역 분양시장이 호전되고 여러 불안 요소도 줄어들면 아마 내년께 다시 분양을 하고 공사를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업 추진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모델하우스나 분양을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이 상당히 많이 들었을 텐데 이를 고려해도 분양을 취소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시장 상황도 문제지만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낮추는 등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실제 동원개발 결정에 앞서 부산의 또 다른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다 할인 분양에 나서는 길을 선택한 일도 있었다. 지역 건설업체인 협성건설은 지난해 10월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를 평당 약 436만 원씩 깎는 할인 분양을 실시했다.
부산에서 소규모 오피스텔이 아닌 브랜드 아파트가 할인 분양을 실시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이었다. 이 아파트는 분양 후 8개월간 1채도 매매되지 않는 수모를 겪다가 할인 분양 승부수를 던진 후 100채 가까이 팔렸다.
부산에 공사 중단 건설 현장도 적지 않다. 부산시에 따르면 공사가 중단되고 2년 이상 장기 방치되는 지역 건축물은 지난해 기준 11곳이 있다. 가장 오래 중단된 현장은 20년, 짧게는 4년씩 방치된 공사장도 있었다. 시 관계자는 “몇 개월 정도씩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사업장을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는다”며 “안전을 중점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기준 부산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268세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1% 증가했다. 울산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 전년 대비 441.7%나 늘어 1013세대를 기록했다.
부산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지금 속도로 쌓이면 유동성 위기를 견딜 지방 건설사가 몇 없다”며 “건설업체는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나쁠 것 같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가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