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중견 미디어 아티스트 이광기의 전작을 만난다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오케이앤피(부산), 5월 2일까지 전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4-27 13:23:23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관람객이 ‘쓰레기는 되지 말자’ LED 채널 사인(2019)을 돌아보는 모습.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관람객이 ‘쓰레기는 되지 말자’ LED 채널 사인(2019)을 돌아보는 모습. 김은영 기자
관람객이 ‘쓰레기는 되지 말자’ LED 채널 사인(2019)을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관람객이 ‘쓰레기는 되지 말자’ LED 채널 사인(2019)을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쓰레기는 되지 말자’. 2019년 바다미술제(부산) 당시 폐쇄된 다대 쓰레기소각장 외벽 측면 상단에 LED 전광판 형태로 설치되지만 “이게 무슨 예술이냐” “우리를 쓰레기 취급하냐”면서 ‘철거’된다. 이후 2023년 한강조각프로젝트(서울)에도 다시 등장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만다. 장소가 가진 특정성을 활용해 다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네온사인 텍스트 작업을 선보여 온 이광기 작가 작품이었지만, 일부 시민과 관(官)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번엔 바다 전망을 가진 갤러리에 이 텍스트가 다시 등장하면서 오히려 포토 스폿이 되고 있어 화제다. 관람객들은 ‘쓰.레.기’라는 문구 앞에 서서 보란 듯이 사진을 찍었다. 예술과 검열이라는 논란을 넘어서는 예술의 유희처럼 보인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오케이앤피(부산)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랩 부산’(Loop Lab Busan) 기간에 맞춰 부산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광기 작가를 초대해 지난 22일부터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는 전시를 열고 있다.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중견 작가 이광기의 작품 세계를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가변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광기 작가.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가변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광기 작가.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가변 설치 작품.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가변 설치 작품. 김은영 기자

전시 제목은 작가가 2009년 제9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명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난다. “선풍기를 돌리는 전력은 110볼트 변압기에서 시작해서 220볼트 승압 트랜스, 다시 110볼트, 그리고 220볼트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데, 결국은 바람개비 하나를 돌리기 위해서라는 게 정말 웃기죠. 저는 이걸 사회구조로 본 겁니다. 먹이사슬이라고나 할까요. 하청에, 하청되는…. 중간 과정이 필요 없지 않으냐고 하지만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중간에 어느 하나를 뺄 수가 없어요.” 이 작가의 설명이 블랙코미디처럼 들리지만 현실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이광기의 각종 네온사인 작업이다. 김은영 기자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이광기의 각종 네온사인 작업이다. 김은영 기자
이광기의 각종 네온사인 작업. 김은영 기자 이광기의 각종 네온사인 작업. 김은영 기자

‘쓰레기는 되지 말자’ 외에도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이용한 시리즈도 대거 전시된다. 영도 깡깡이 예술마을에서 기획, 설치한 ‘그때 왜 그랬어요’(2019) 라이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2011)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2011) △니 새끼 니나 이쁘지(2014) △시발놈 착한 척하기는(2014) △판사보다 교활한 범죄자(2016) 등도 환하게 불을 밝혔다.

이광기의 '세상은 생각보다 어이없이 돌아간다'(히터) 가변 설치 작품. 오케이앤피(부산) 제공 이광기의 '세상은 생각보다 어이없이 돌아간다'(히터) 가변 설치 작품. 오케이앤피(부산) 제공
이광기의 '아날로그의 가변성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구형 브라운관 TV 9대 설치 작품. 오케이앤피(부산) 제공 이광기의 '아날로그의 가변성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구형 브라운관 TV 9대 설치 작품. 오케이앤피(부산) 제공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신작 ‘카메라 작동 중’(2025).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사진은 신작 ‘카메라 작동 중’(2025). 김은영 기자

작가는 동아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영상, 설치 등 미디어아트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녹록지 않은 부산의 미디어아트 환경에서 이 작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8년 당시에는 영향력이 상당했던 공모전인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이때의 작품 ‘인식_버릇없는 쇳덩이들’과 앞서 제작된 ‘인식_한국도로공사의 답변’(2005)도 상영된다. 또한 싱글채널 비디오 ‘TIME’(2008), 빔 8대를 동원한 ‘세상은 생각보다 어이없이 돌아간다’(히터, 2016), 구형 브라운관 TV 9대를 설치한 ‘아날로그의 가변성은 차라리 인간적이다’(2022), 감시카메라를 활용해 관람자의 모습을 실시간 촬영하는 신작 ‘카메라 작동 중’(2025)까지 두루 소개한다.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부산)가 지난 22일부터 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이광기 초대전 풍경. 김은영 기자

오케이앤피는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외형을 가진 이 작품들은 미디어아트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면서 “화려한 이미지에 편승할 게 아니라 작가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미디어아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 기반의 미디어 아티스트가 세계로 나아가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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