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4-27 18:32:41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통령 집무실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이 거론되며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전주 대비 6배 가까이 대폭 커졌다. 서울 역시 아파트값이 12주째 상승세를 지속하는데, 부산은 여전히 가격이 하락하며 전국 하위권을 맴돌았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4월 셋째 주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04% 오르며 상승 전환한 데 이어 이번 주는 0.23% 오르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부동산 침체가 한동안 계속됐던 세종은 전주 대비 6배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하며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반전을 이뤄냈다.
이는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대통령 집무실 또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큰 폭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건립하겠다”거나 “취임 직후 세종에서 근무하겠다”며 세종 이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 아파트를 대상으로 청약 접수를 진행했는데 신청자가 폭주해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세종시 산울동 산울마을 5단지 ‘세종 파밀리에 더파크’ 4세대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였는데, 대통령실 이전 등 여러 호재로 시세 차익 2억 원이 보장된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쏟아졌다. LH는 접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 대비 0.08% 오르며 12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 3구 가운데 서초·송파구가 나란히 0.18% 오르며 전주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은 재건축과 역세권 등 선호 단지에서는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체결되나 그 외 단지는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는 등 지난주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였다.
서울이나 세종의 상황과 달리 부산의 집값은 하락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4월 셋째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2022년 6월 이후 거의 3년 가까이 한 번의 반등 없이 계속해서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부산은 올해 누적 기준으로 0.84% 하락한 셈인데, 부산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진 곳은 대구(-1.78%), 광주(-0.87%), 세종(-0.85%) 뿐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최근의 상승 기조를 감안할 때 밑바닥에선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부산보다 더 하락한 지역은 대구와 광주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역시 부산은 세종과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아파트값 하락률을 기록했고, 2023년엔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해사법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역 부동산 시장은 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일부 고가 아파트는 이전 가격을 회복하며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거래 움직임은 여전히 미약하다”며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산을 위한 공약이 나와야만 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보합을 기록하며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부산의 경우 이달 초 전셋값이 보합으로 전환하며 주춤했지만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번 주는 0.02% 상승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지역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며 바짝 긴장한 모습”이라며 “지방 건설경기가 크게 악화하고 부동산 시장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만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수도권과 지방을 이원화해 지방을 부양할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