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리스크·실적 부진’ 제자리인데…50% 뛴 태광산업

이재명 대선 후보 ‘저PBR주’ 저격
‘주가부양책 나올까’ 기대감 급등
檢 수사 3건…“특혜 대기업” 비판
PTA 시황 악화에 실적 부진 지속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5-13 13:12:4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은 기업을 겨냥해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하자 태광산업 주가가 한 달여 만에 50% 가까이 급등했다. 태광산업은 대표적인 ‘저 주가자산비율(PBR)’ 기업으로 주주들의 원성이 큰데 이 후보의 발언 이후 태광산업이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을 타파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경영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주가 상승 동력을 뒷받침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광산업은 12일 장중 89만 5000원까지 올라 지난달 9일 저점(61만 4000원)에 비해 46% 상승했다.

이번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이재명 후보의 공개적인 저PBR 기업 비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연말 기준 PBR은 0.13배로 상장사 중 4번째로 낮았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도 현재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후보의 발언 다음날(4월 22일) 태광산업의 종가는 73만 3000원으로 전날에 비해 7.2% 상승하며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경제 유튜버와도 만나 저PBR 기업을 향해 “그런 주식이 많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태광산업의 주가는 이틀간 8.8% 또 올랐다.

태광산업이 대규모 투자나 주주환원책과 같은 주가 부양책을 실제로 내놓으려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사법 리스크 때문에 시점은 불투명하다.

검찰이 최근 이 전 회장의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의혹을 재수사한 후 무혐의 처분하자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은 “검찰 정권의 대표적인 특혜 대기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전 회장은 티브로드 매각 과정에서의 2000억 원대 사익 편취 의혹, 계열사를 통한 골프장 회원권 강매 혐의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찰이 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계좌로 급여를 허위 지급한 뒤 이를 빼돌려 비자금 수십억 원을 조성하고, 계열사 법인카드 8000여 만 원을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 등으로 이 전 회장을 불구속 송치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은 최근 성명서에서 “매해 터지는 갖은 논란과 정경유착 의혹, 전 상장사 저 PBR이라는 퇴행적 경영까지 이는 모두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의 한없는 관용이 낳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실적 역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 부문에서 주력 제품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시황이 적자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PTA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마진)는 손익분기점인 t당 90~100달러를 밑도는 8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친 화학 시황 침체는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PTA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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