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5-13 18:31:50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3일 부산 등 영남권을 찾았다. 김 후보는 부산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수 차례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는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사하을) 의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 요구’ 깜짝 발언으로 소동이 벌어지는 등 여전히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를 찾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지를 둘러봤다. 다른 후보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부정적인 만큼 이에 대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금융단지를 부산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대통령실도 국회도 옮기려고 하면서 산업은행을 못 옮기는 이유가 뭐냐”며 “부산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산은은 정책 금융으로 시중은행과 달라 어디로 가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가 열리면 첫 번째로 민주당에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또 부산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부산시장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부산은 인구도 줄고 있는데 그린벨트가 왜 필요한가”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시장한테 모든 그린벨트 관리권과 해제권, 개발권을 100% 한 달 내로 싹 옮기겠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은 지자체장이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 인구 소멸을 막겠다는 게 김 후보의 구상인 것이다.
이후 김 후보는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 선언식과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며 “산업은행 그거 하나 안 옮겨주는 그런 정당 확 찢어버려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역은 지자체장과 지역에 있는 공무원이 잘 아는 만큼 중앙 정부가 쥐고 있는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중앙에서 쓸 수 있는 예산도 지방에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부산에서 첫 행보로 ‘경제’를 강조했다면 이후에는 민생과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자갈치시장 앞에서 집중 유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이틀 연속 재래시장 돌았는데,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과 후보 단일화로 당 내홍이 컸던 만큼 보수 텃밭인 부산의 대표 시장을 방문해 민심 회복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원팀 강조가 무색해졌다. 이날 진행된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서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이 “김문수 후보가 비상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며 “저는 이 말에 대한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금 당장 출당시키는 것이 맞다. 우리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치아라”라고 야유가 쏟아지며 소동이 벌어졌다. 급하게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수습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당이 하나로 결집해 선거를 치르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