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기대감에 상법 개정 가속… 주가 반등으로 일단 호응

커버스토리 : 새 정부가 쏘아 올린 코스피 5000 시대

이 대통령, 증시 부양 드라이브
10개월 만에 코스피 2800 돌파
AI·재생에너지·식품 등 기대감
“정치적 수사만으로 쉽지 않아
투자 회복·자금 흐름 받쳐줘야”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5-06-09 18:09:50

‘집 나간 돈’은 돌아올까.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해외로 나갔던 돈들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대선 기간 ‘코스피 5000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선언적 의미가 아닌 진짜 숫자 5000의 기적을 이뤄낼 지에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선되면 취임 2~3주 내에 상법을 개정하겠다던 약속대로 여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랠리’에 이어 상법 개정 소식까지 전해지자 지난 5일 코스피가 10개월여 만에 28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9일에는 추가로 1.55% 상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5000 시대 진짜 올까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지난달 말에는 유튜브에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와 코스닥150 ETF 등을 매수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특히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는 배당소득세를 낮추고 낮은 곳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주식 투자를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소득세가 줄어들면 대주주가 배당을 실시할 유인이 생겨 국내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

또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보다 증시 부양으로 내수 진작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앞선 민주당 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버블을 향해가면 위험하다. 막는 방법 중 하나가 주식시장을 살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주식이 은행 예금보다 수익이 낫고 도중에 배당도 받고, 배당을 제대로 하면 생활비도 되고 선순환이 된다”며 “투자 수단이 부동산 말고 또 하나 생기면 부동산 수요가 줄어 가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 재추진 의지를 밝혀온 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요인을 해소한다는 면에서 증시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주가가 반응했던 섹터는 밸류업 기대감이 작용한 증권주와 일부 지주사 정도로, 테마성 흐름에 가깝다”고 다소 박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 실질적 성과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5000은 정치적 수사나 개별 공약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투자 심리 회복, 글로벌 자금 흐름 등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권 수혜 입을 섹터는

당장은 이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인공지능(AI) 산업의 수혜가 점쳐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솔트룩스 등이 주요 종목들이다. 실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 예산에서 AI 관련 예산은 정부안보다 600억 원 넘게 증액되기도 했다. 솔트룩스 주가는 지난 5일간 이미 70% 이상 급등했다.

단기적으로는 하드웨어 업종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후 관련 산업의 확장을 고려하면 카카오,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루닛 등 AI 소프트웨어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증권가에서는 자체 모델 개발 경험이 있는 솔트룩스, 코난테크놀로지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은 기존에 없던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이들 관련 주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햇빛연금’ ‘바람연금’ 등 주민참여형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에너지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방향성 때문이다. 이에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업종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건설주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들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세종 행정수도 완성,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4기 신도시 개발 추진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했다.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에 국비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지역화폐 관련 수혜가 예상된다.

새 정부가 민생 회복이나 내수 진작 정책부터 펼치고 있어 식품, 유통 등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리테일, 식품업은 일상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산업인 만큼 내수 경기 변동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하이브, 에스엠, JYP Ent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성장과 K뷰티 브랜드의 성장도 기대된다.

하나증권은 “코로나19 이후 인디(중소) K뷰티 브랜드가 미국, 유럽, 중동 등에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며 이들 브랜드와 연관성이 높은 위탁생산업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에 주목했다.

대선 수혜 종목에 기대가 선반영돼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이미 선거 과정에서 정책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어 대선 이후 재료 소멸로 인한 차익실현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 PWM부산센터 이호석 팀장은 “주식에 돈이 몰리면 증권주는 확실히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배당을 많이 주는 금융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까지 떨어진 지주회사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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