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갑상선 로봇수술 미용적 효과까지”

3D 영상, 15배 확대된 시야 제공
목 흉터 없고 후두신경 보전에 유리
기술 안정성, 기능적 만족도 입증

해운대백병원 단일공 시스템 도입
절개창 1개로 줄고 유륜 부위 절개
지역 최초 7백례, 로봇 점유율 50%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6-10 07:00:00

갑상선 로봇수술은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고 후두신경 보전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다. 오른쪽 끝에 콘솔에 앉아서 집도의가 로봇팔을 조정한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갑상선 로봇수술은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고 후두신경 보전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다. 오른쪽 끝에 콘솔에 앉아서 집도의가 로봇팔을 조정한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외과 수술방에서 로봇은 이미 익숙하다. 갑상선암 수술에 로봇이 도입된 것도 20년 가까이 된다. 역사만큼이나 수술기법의 발전도 비약적이다.

국내에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수술기법들이 잇따라 개발돼 임상에서 활발히 시행 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겨드랑이 접근법, 겨드랑이와 유륜 접근법, 구강 접근법이 모두 국내에서 개발됐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국제학회에서 우리나라가 갑상선암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개술 vs 내시경 vs 로봇수술

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이다. 양 날개가 있는 나비 모양을 닮았으며,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다. 갑상선에 혹(결절)이 만져져서 검사를 하면 5~10%가 악성으로 진단된다.

수술 여부는 악성 결절의 크기와 주변 조직으로 침범 했는지, 그리고 림프절로 전이가 됐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갑상선암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먼저 수술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양쪽의 갑상샘을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와 암이 있는 한쪽 갑상샘만 제거하는 반절제를 할 것인지를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수술법은 일반 절개 수술과 내시경 수술, 로봇수술 등 3가지가 있다. 전통적인 절개 수술은 4~5㎝ 정도의 절개창을 내어 수술을 하기 때문에 흉터가 남는다. 내시경 수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가슴이나 겨드랑이 쪽으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모든 환자에 적용 시킬 수는 없고 크기가 작고 전이가 없을 때에만 가능하다.

로봇수술은 내시경 기구 대신에 로봇팔을 이용하는 수술법이다. 3D 입체영상과 15배 가량 확대된 시야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수술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로봇팔을 활용해 손 떨림이 보정되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목에 흉터가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후두신경 보전에도 유리하다.


■로봇수술의 다양한 접근법

갑상선암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고 회복도 빨라 수술 3~4일 내에 퇴원을 하고, 일주일 후에는 일상복귀가 가능하다. ‘착한 암’이라 불릴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월등히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따른 부작용은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흉터와 목소리 변화가 꼽힌다.

환자들 대부분이 수술 후 목에 상처가 남는 것을 걱정한다. 목 위 쇄골 위쪽에 절개창에 의한 흉터가 생긴다. 대개 켈로이드가 잘 생기는 체질이 아니면 자연스러운 목주름으로 보이지만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가 착색되면 흉터가 두드러질 수 있다.

목에는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되돌이 후두신경과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하는 위후두신경이 지나간다. 두 신경은 갑상선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수술 시에 손상 위험이 있다. 후두신경을 다치게 되면 목을 특히 많이 사용하는 가수나 성악가 등의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해운대백병원 갑상선외과 구도훈 교수는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흉터가 거의 없어 미용적인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그리고 출혈과 성대 신경손상 위험이 줄면서 주요 합병증에 대한 걱정도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갑상선 로봇수술법은 선택한 접근 경로에 따라 4가지 정도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겨드랑이 접근법(TAA), 유륜-겨드랑이 접근법 (BABA), 구강 접근법(TO), 단일공 유륜 접근법(SPRA) 등의 방식이 있다. 각각의 접근법은 고유한 장단점을 가진다.

겨드랑이 접근법은 종양이 있는 겨드랑이 쪽에 절개창을 내고 수술을 진행하는데 갑상선 반절제 수술에 유리하다. 목에 흉터가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겨드랑이 양쪽으로 근접하는 것은 어렵다.

유륜-겨드랑이 접근법은 양측 유륜과 겨드랑이에 1㎝ 미만의 상처를 내고 수술을 한다. 갑상선 양쪽에서 대칭 시야를 제공하며 혈관과 신경 등의 주요 구조물에 대한 시야 확보가 뛰어나다.

구강 접근법은 입안의 점막을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가 가장 적다. 켈로이드 체질 환자에게 적합하나 고난도 수술 기법이 요구된다.

단일공 유륜 접근법은 절개창이 1개 뿐이다. 기존에 양측 유륜과 겨드랑이 쪽으로 4개의 절개창이 있었지만 절개가 유륜 1곳으로 줄었다. 출혈과 성대 신경 손상 위험을 낮춘 최신 기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구도훈 교수가 상담하는 장면. 해운대백병원 제공 구도훈 교수가 상담하는 장면. 해운대백병원 제공

■해운대백병원 로봇수술 700례 돌파

해운대백병원 갑상선외과는 지난달 로봇 갑상선 수술 700례를 돌파했다. 부울경 지역 최초이자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 7월 600례를 달성한 후에 10개월 만에 100례를 추가한 것이다.

구도훈 교수팀이 진행한 전체 갑상선 수술 중에서 로봇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평균 10~20%, 일부 상급종합병원 30~40% 수준을 뛰어넘는 점유율로, 해운대백병원은 갑상선 로봇수술을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운대백병원 갑상선외과는 한강 이남에서는 최초로 SP(Single Port) 시스템을 이용한 단일공 유륜 접근법을 도입했다. 겨드랑이나 구강을 통하지 않고 유륜 부위 단일 절개를 통해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단일공 시스템은 기존의 멀티 포트(다공) 방식과 달리, 단 하나의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혁신적 플랫폼이다. 3개의 로봇팔과 고해상도 3D 카메라가 하나의 기구로 통합돼 좁은 목 부위에서도 사람의 손목처럼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성대 신경 보존이 필수적인 갑상선 절제술에서 이러한 정밀도의 증가는 기존 절개수술보다 목소리 보존율의 현저한 상승으로 이어졌다.

구 교수는 “로봇수술은 기술적 안전성과 종양학적 치료의 완결성, 그리고 기능적 만족도 측면에서 우수한 임상결과가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도 환자 맞춤형 수술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 국내 갑상선외과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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