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6-15 18:25:32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북크닉’(책+소풍) 열풍이 부산에 상륙했다. 과거 도서관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책만 읽을 것을 요구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독서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부산의 주요 도서관과 문화단체들은 최근 야외 도서관을 차리고 시민들을 초대한다. 사람들은 빈백, 해먹, 돗자리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새롭게 책 읽는 매력에 빠지고 있다.
먼저 부산시설공단은 지난 4월 2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 광장에 ‘잔디밭 도서관’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잔디밭 도서관은 5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운영 기간을 늘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책과 편의 시설을 구비했다. 지난달 중순 이용객이 2만 명을 돌파했고, 요가와 독서 명언을 결합한 ‘운동하는 도서관’, 편하게 힐링할 수 있는 음악 공연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올해 더 많은 인원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해변 도서전’을 시작한 부산 수영구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광안리 해변 만남의 광장에서 ‘제1회 광안리해변 어린이도서전’을 연다. 어린이책 100권 특별전, 지역 독립 서점과 출판 부스, 책 읽는 공간, 작가와의 만남, 독서 관련 체험이 열린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낭독극과 퍼포먼스도 준비돼 있다. 수영구는 이 행사를 발전시켜 아시아와 세계 해양 도시를 연계하는 국제 어린이도서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의전당은 영화도서관 4주년을 맞아 20일부터 22일까지 영화의전당 야외 마당에서 ‘영화관 옆 도서관’을 연다. 300권 규모의 ‘테마서가’가 마련되며, 행사 기간 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는 인조 잔디와 빈백 소파가 설치된다. 축구장 1.5배 규모의 빅루프 아래에서 책 읽는 경험은 특별한 추억이 될 전망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책을 사고파는 ‘어린이 벼룩시장’도 열리며 요가와 싱잉볼 힐링 프로그램, 책갈피 만들기, 투명 부채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도 운영된다.
부산 남구청은 개청 50주년을 맞아 지난 13일 평화공원 일대에서 ‘달빛 야외 도서관’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이번 행사를 오는 9월로 급히 연기했다. 울산의 태화강 국가정원도 비슷한 시기인 9월에 야외 도서관을 꾸밀 예정이다. 대나무 생태원 주변에 책 3000여 권과 그늘막, 캠핑 의자를 배치한다.
야외 도서관 행사는 공공도서관의 숫자는 늘었지만, 도서관 전체 이용객 숫자가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4년 전 서울시가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를 시작했고,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행사로 자리잡을 만큼 성공했다. 올해는 1만 명 규모의 ‘공공북클럽’을 모집해 도시 전체를 독서 공간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크닉 열풍을 만나 아예 야외 공간에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까지 생겨난 셈이다. 서울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부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도 연이어 북크닉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 같은 독서 환경 변화에 대해 지역의 한 도서관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엄숙하고 조용한 도서관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책을 읽으며 동시에 IT 기기(스마트폰·태블릿 등)를 사용하고 대화까지 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세대”라고 말했다. 젊은 층이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야외 도서관을 선호하고, SNS에선 야외 빈백 등에 누워 책 읽는 사진이 유행하면서 관련 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