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예술가에게 경의를 표한 BFAA국제아트페어 김정명 특별전

지역 원로 작가 작업실이
그대로 아트페어 현장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7-02 17:42:35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만난 김정명 작가.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만난 김정명 작가. 김은영 기자

지난달 열렸던 2025 제14회 BFAA국제아트페어에서 단연 눈길을 끈 부스를 꼽으라면 지역 원로 예술인에 대한 존경을 담은 ‘김정명 특별전’이었다. ‘아방가르드에 대한 경의’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부스는 국제아트페어를 주최한 (사)부산미술협회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솔직히 미술관 전시를 많이 한 탓에 상업 화랑이나 아트페어 참가는 달갑지 않게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나이 든 사람을 원로로서 예우해 주겠다니 고마운 마음에 응한 것이지요.” 김정명(80) 작가의 이 말은 한동안 상업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Yellow Line, 천인의 얼굴'을 전시 중인 김정명 작가. 이웰갤러리 제공 'Yellow Line, 천인의 얼굴'을 전시 중인 김정명 작가. 이웰갤러리 제공

그런 그가 얼마 전에는 부산 수영구 이웰갤러리에서 ‘Yellow Line, 천인의 얼굴’(5월 28일~6월 20일)이란 전시를 열었다. 먹다 버린 깡통을 주어서 일일이 씻고 두들겨서 평평하게 한 뒤 김구, 고흐, 마르크스, 브레히트, 라파엘로, 코코 샤넬 같은 선각자를 그려 넣었다. 찌그러진 깡통에 선각자를 넣은 발상은 그들의 업적을 순간 상식으로 자리하다 초개처럼 잊힌다는 사실이 갈증 해소를 위해 마신 후 바로 버려지는 일회용 깡통과 진배없다는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9년 300개를 가지고 대안공간 섬 개관 기념 초대전에서 첫선을 보였고, 2000년 10회 개인전에선 500개로 늘었다. 이번엔 750개 얼굴을 전시했다. 언젠가 천 개를 채우겠다는 생각에 ‘천인의 얼굴’ 제목을 달았다.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아트페어 부스. 김은영 기자

이번 특별전 부스에선 ‘그대들에게 경의를’(2023~2025) 시리즈가 눈길을 끌었다. “중학생이 될 무렵 처음 내 방이 생겼어요. 그때 벽에 연예인 사진을 붙였던 기억이 나요. 대학에 가서는 카뮈나 사르트르 같은 문학인이나 음악인 사진을 찾아 붙였던 것 같고요. 그런데 정작 미술인 사진을 붙인 기억은 없어요. 명색이 미술을 전공했으면서도요. 요즘엔 마르셀 뒤샹이니 미켈란젤로 같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내가 이렇게 성장해 외길을 용기 내서 걸을 수 있도록 해 준 사람들이잖아요.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나 뱅크시 같은 작가도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해요. 그래서 시리즈 제목도 ‘그대들에게 경의를’이라고 붙였지요.” 이번 아트페어 기간에도 이 시리즈 인기가 꽤 있었다. 앤디 워홀, 몬드리안, 모나리자 등은 이미 다른 주인을 찾아갔다.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만난 김정명 작가. 김은영 기자 아트페어 전시 부스 벽면만 보면 김정명 작가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만난 김정명 작가. 김은영 기자

1945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홍익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1982년부터 2008년까지 부산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1975년 ‘스크랩’ 시리즈를 시작으로 ‘프레임과 캔버스’ ‘책’ ‘손가락’ ‘뼈’ ‘포켓’ ‘옐로라인’ ‘말풍선’ ‘큰머리’ ‘삐져나오다’ ‘예술인자’ ‘에너지 교감’ 등으로 이어져 왔다. 윤진섭 미술비평가는 이런 김정명의 미술을 보는 눈을 언급하면서 “문화의 박물지(博物志)적 관심”이라고 적었던 게 이해가 된다. 올해는 대구와 부산에서 2개의 전시 계획이 있다. 2025 BFAA국제아트페어 김미숙 집행위원장은 “후쿠오카 아트페어 교류 특별전에 김정명 작가 전시를 추진한다”고 귀띔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