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여름철, 이런 기후는 특히 어르신들의 건강에 더욱 큰 부담을 준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 고령자에게 탈수와 열사병의 위험을 높이고, 위장 기능은 둔화되어 식욕이 떨어지며, 기력 또한 쉽게 고갈된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는 치아 문제, 소화기능 저하, 만성질환, 혼밥 또는 독거 생활이라는 복합적인 건강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세끼 식사를 챙겨 먹기는커녕, 물조차 충분히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가 단백질, 칼슘, 비타민 D, 식이섬유 등을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고 있으며, 반면 나트륨 섭취는 WHO 권고량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감소증, 골다공증, 고혈압, 소화불량 등 노년기 주요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수분 섭취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 성인의 하루 총 수분 섭취량은 약 2167mL이나, 65세 이상 노인의 62% 이상이 WHO 권고량(남성 2100mL/ 여성 1700mL)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대상자의 61.9%가 하루 물 섭취량 3컵 이하, 평균 550mL에 그친다는 결과도 있다. 노인은 갈증 감각자체가 둔화돼 물 마시는 습관이 약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기 꺼려 의도적으로 섭취를 줄이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치매, 우울증, 운동능력 저하, 독거 생활은 수분 섭취를 더욱 악화시킨다. 문제는 탈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감소증, 변비, 섬망, 요로감염, 심혈관 질환 등 건강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조금씩 마시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혼자 식사하는 노인, 특히 독거노인의 위험은 더욱 크다. 서울 거주 독거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씹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고, 이들의 평균 영양지수(NQ-E)는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미각과 저작 능력 저하, 소화기능 장애, 우울감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반복되는 결식과 단조로운 식단은 결국 심각한 영양 불균형과 삶의 활력 상실로 이어진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한 끼의 식사다.
계란찜이나 순두부처럼 부드럽고 단백질이 풍부한 반찬은 소화 부담 없이 단백질 보충에 도움을 주고, 미역국이나 연한 된장국은 칼슘과 식이섬유 보충에 효과적이다. 단호박죽, 찐고구마, 향긋한 생강차는 위장을 편안하게 해 주며, 따뜻한 기운은 자연스럽게 식욕을 회복시킨다. 여기에 수박, 참외, 오이냉국 같은 음식은 수분과 전해질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어 여름철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다.
하루 한 끼라도 복지관, 노인정, 지역 센터를 찾아 다른 분들과 마주 앉아 식사해보자.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식사는 건강은 물론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음식 이상의 힘을 갖는다. 외로움과 무기력의 벽은 그렇게 허물어질 수 있으며, 100세를 향해 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