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7-31 16:02:33
31일 상호 관세를 기존 미국 측이 제기했던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한미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관세 협상 시한(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극적으로 관세율을 10%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대미 수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과 함께 한미정상회담 카드도 손에 쥐게 됐다. 이재명 정부의 본격적인 대미 외교가 막을 올린 셈이다.
이날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방미 협상단 인사들은 30일(현지 시간) 오후 5시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끝에 한미 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한국은 향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와 의약품 등 여타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했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려 규모의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그 중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 조성도 포함됐다. 이 펀드는 미국 조선소 인수·확장,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조선 기자재 등 한국 기업 수요에 기반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돼 미국 내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원자력, 배터리, 바이오,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대출·대출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한국은 또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과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등 미국 무역장벽보고서(NTE) 상에 제시된 비관세장벽 일부를 완화함으로써 미국산 물품에 대한 시장접근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4년간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구매함으로써 양국은 무역구조를 보다 확대균형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결 직후 곧바로 SNS에 합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며 “추가로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면서 “난 새 대통령에게 그의 선거 승리에 대해서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정부 출범 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미 양국 간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등 큰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SNS에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이달 중순 전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실장은 “한미 외교라인을 통해 구체적 날짜와 방식 등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