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9-17 10:32:01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이하 전기본)에서 확정한대로 2035년 수요에 대비해 신규 대형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자로) 1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저녁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다시 '탈원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11차 전기본에서 정한)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1차 전기본은 당장의 이슈가 아니라 2035년 이후 전력 수요를 보고 대비하는 것이다. 당장은 신규원전 2기와 SMR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2035년 이후 전력 수요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차 전기본에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대형원전 2기와 한국형 SMR 1기를 2037~2038년에 도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신규원전 건설 계획이 전기본에 포함된 것은 2015년 7차 이후 10년만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선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히면서 원전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 장관은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면 결국 신규원전·SMR과 같은 전력 수요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날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재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과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가야 하며, 에너지 파트가 환경을 이끌어갔으면 한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슬기롭게 해내야 하는 미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관련 질문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60% 가까이 올라 경쟁국인 중국보다도 1.3배 비싸고 미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며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설령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산업계에는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서는 "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다가 이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며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한미 관세협상 세부 이행사항을 놓고 협의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을 타결지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양측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수익을 나눌지 등을 두고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어떤 분들은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 달러 사업처럼,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주느니 협상을 엎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그는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면서도 "관세 협상 내용을 봤을 때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도나 스위스, 중국을 보면 (협상이) 안되면 관세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협상 타결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다 먼저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무역협정을 마무리한 일본의 대미 협상에 대해서는 "언더스탠딩(MOU의 '양해')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의 국익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본다"며 "자동차 전체 품목관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단속으로 한국 근로자 317명이 체포·구금됐던 사건과 관련해 김 장관은 "(지난 12일 뉴욕 협상의) 처음 시작이 조지아 이슈였다"며 "러트닉 장관도 해결(fix)을 말했고, 본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당황한 이슈였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에서 투자받으려고 한 건데 이런 뉴스가 생긴 데 대해 곤혹스러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이민단속국은 어느 조직보다도 터프한데, 이렇게 '불법 이민자'를 빨리 내보낸 적이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게 좋았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신속히 바로잡으려 하고) 최근 방한한 미 국무부 차관도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올해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계약과 관련한 조사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법과 규정에 맞게 했는지 절차가 맞는지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기술료를 10억 달러 내고 100억 달러 이상의 해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기술료를 내지 않고) 국내에만 있을 거냐. (계약을)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며 “할 수만 있으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대미 관세 협상이 아니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맥스'(M.AX)'로 부르는 '제조 인공지능(AI) 전환'"이라며 "여기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우리 제조업이 갈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GM 철수설에 대해선 "한국GM 사장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좋은 면도 있고 최근 어려운 면도 있는데 한국처럼 다이나믹(dynamic)한 사회를 인조이(enjoy)하고 있다고 한다"며 "(한국GM이) 지금 철수한다는 이야기는 분명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석화산업 구조 개편은 정부·기업·금융권이 공동 작품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10월 정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