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9-16 20:18:00
4년 넘는 단속 유예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부산 서면 동천로 대중교통전용지구(부산일보 6월 24일 자 2면 보도) 운영이 전면 재검토된다. 부산시가 관련 용역을 추진해 해제를 포함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부산진구 동천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안 검토를 위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거나 단속을 유예한 채 계속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결정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침을 정한다. 만약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면 조성 당시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였던 차로를 다시 늘리고, 기존 2.5~3m에서 6m로 대폭 넓혔던 인도 폭을 줄일지 여부도 검토한다. 부산시는 사업비 4000만 원을 편성해 내년 2월께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용역 기간은 4개월로 예상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부산진구 부전동 더샵 센트럴스타 아파트와 옛 NC백화점 서면점 사이 동천로 740m 구간에 조성된 시내버스 전용 도로이자 보행자 친화 구역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보행 편의를 목적으로 사업비 94억 원을 들여 2015년 조성됐다. 기존 중앙대로를 이용하는 시내버스 노선을 이곳으로 옮기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데다 전포동 일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현재 이곳을 지나는 시내·마을버스 노선은 총 14개다.
하지만 2021년 5월부터 인근 중앙대로 BRT 공사에 따른 차량 정체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단속은 중단됐다. 4년 넘게 단속은 재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BRT 완공 이후 중앙대로를 지나던 차량 상당수가 정체를 피해 동천로로 향하면서 동천로의 우회도로 역할은 오히려 더 커진 상태다.
현재 대중교통전용지구 진입로에는 ‘단속 일시 해제’라는 문구가 적힌 구조물이 세워졌다. 단속 중단 이후 일반 차량도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어 대중교통전용지구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안내판 보수 등의 명목으로 매년 관리비 수백만 원만 지출되고 있다.
주변 상인과 운전자들 사이에선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명칭이 유지돼 운전자들에게 혼선을 일으키고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다.
다른 지자체들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는 추세다. 대구 중구 중앙대로는 2023년 11월 전체 1050m 구간 중 450m 구간이 해제됐다. 2014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조성된 대중교통전용지구도 올해 1월 1일 해제됐다. 상권 활성화 등을 이유로 해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면서 조성 당시 3~4m에서 7~8m로 넓혔던 보도 폭은 유지했다.
다만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따른 상권 활성화 효과는 상반된 결과들로 아직 불분명하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따른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2023년 1~9월 연세로에 대한 일반 차량 통행 제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그해 2~4월 연세로 일대 점포에서 집계된 카드 사용액은 통행을 다시 제한한 이듬해 같은 기간보다 6.3%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된 올해 1분기 연세로 인근 신촌역 일대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55만 원(약 3.9%) 감소했다.
동천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따른 교통량과 유동 인구 변화, 보행 환경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 사례와 용역 결과를 검토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