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9-17 10:08:28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이를 고리로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권 의원이 종교 관련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만큼, 여론 반응을 살피며 추후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중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오랜 친구 윤석열 따라 구속된 권성동 의원, 사필귀정이다"라며 "아무리 특검 수사를 거짓이라 호도해도, 교주에게 큰절하고 챙긴 뒷돈은 숨길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회는 검찰동우회가 아니다. 불법까지 저지르며 죽마고우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국힘을 내란의 늪에 빠뜨린 검사 우정의 끝은 결국 감옥이었다"며 권 의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부디 자숙하며 자당과 대한민국 정치사에 끼친 해악을 반성하기 바란다"고 썼다.
민주당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 의원이 사실상 국민의힘 주인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권 의원은) 친윤의 핵심이었고, 아직도 국민의힘은 친윤의 정당”이라며 “장동혁 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친윤이 사실상 (장 대표를) 낙점하고 ‘픽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핵심에 권 의원이 있었다는 것은 여야 공히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권 의원 구속이 국민의힘 내부 결속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는 "당 내부에서는 (권 의원 구속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 탄압 프레임을 내세워 대여 투쟁의 명분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권을 잡은 국민의힘 주류 세력은 그 당권을 공고히 하고 또 지지층을 집결해서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 진영 논리를 더 공고해야 하고 진영 전쟁을 일으켜야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권 의원 구속과 관련한 당정 비판 등 대응을 하진 않고 있다. 권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만큼, 여론을 우선 살피는 모양새다. 다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것이 죄인 시대"라며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불체포특권까지 포기했던 야당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결국 특검의 여론몰이식 수사에 대해 법원이 협조한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22대 국회 들어 현역 의원의 첫 구속이자, 특별검사 제도 도입 이래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이 구속된 첫 사례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 모씨(구속기소)로부터 20대 대선에서 통일교 교인의 표와 조직, 재정 등을 제공하는 대신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통일교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