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한국 영화와 오컬트, 어울리는 조합일까. 지금까지 보기 드문 조합에 궁금증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로 돌아온 배우 강동원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걱정은 없었느냐'고.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접해온 오컬트를 한국적 배경으로 옮겨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강동원은 분명했다. 그는 "소재는 오컬트에서 가져왔는데, 시나리오 읽었을 때 그게 보이지 않았다"며 "영화 자체는 스릴러 느낌으로 풀어간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가 처음 만난 '검은 사제들'은 다음과 같았다.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 영신(박소담)을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가 추적 해결하고, 그 과정에 최부제의 성장기가 녹아 있다. 여기에 각각의 캐릭터 모두 강렬했다. 강동원은 "잘 만들면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자신했다.
다리가 꺾이고,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등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반면 영화의 하이라이트 구마예식(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은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이에 강동원은 "긴장감을 유지하되 깜짝깜짝 놀라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는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명석하지만, 공부에 의지가 없어 음주, 커닝, 월담 등 교칙을 어기는 게 일상인 신학생. 철없어 보일 정도로 밝지만,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간직한 그는 의심과 혼돈을 이겨내며 성장해간다.
강동원은 "풋풋한 느낌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표현이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아직은 소년 같아 보이는 게 있다"며 "어려웠던 건 순수해 보이지만 내면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그 트라우마를 마주했을 때 두려움 등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언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사실 신부님들이 외국어를 잘할 거로 생각해본 적 없었으므로 많은 외국어에 '너무 영화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라며 "그런데 신부님이 대본을 보더니 해석을 하는 거다. '아차~ 가볍게 볼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어를 못 알아들었다고 해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상관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별다른 종교가 없다는 강동원, 단지 연기로 접한 종교인의 삶이었지만, 그 속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신부라는 직업을 이용만 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희생과 무게를 갖고 있더라. 그래서 쉽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분들의 희생정신에 대해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난 김윤석과의 완벽한 호흡이다. 그는 "선배님은 자기 전까지 영화 이야기만 한다. 꿈도 영화 꿈을 꿨을 것 같다"며 "나는 안 그런다. 휴식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자칫 치열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는 이 의미를 분명히 했다.
"언제나 올인 하는 스타일이긴 해요. 어려서부터 배수의 진을 치고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그보다 내가 선택한 작품은 잘 만들 자신이 있어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bstoday@busan.com
< 저작권자 ⓒ 비에스투데이(www.bstoday.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