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산보다 위대한 건 사람 아닐까요." (인터뷰)

2015-12-11 10:26:32

히말라야 황정민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배우를 왜 하세요. 배우 황정민은 이 질문에 단순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산도 마찬가지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있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에게 물었더니 ‘그냥 좋아서’라는 쉬운 답을 얻었다면서 그는 웃었다.
  
배우와 ‘산쟁이’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 본질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 잠시나마 산을 경험한 황정민의 느낌이다. 
 
‘고독’ ‘외로움’도 비슷하다. 황정민은 최근 인터뷰 때마다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 어느덧 선배가 되고, 인사를 받는 나이가 됐다. 또 ‘좋은 영화’라는 목표를 향해 다그치고, 독려하고, 이끌어야만 했다. 이는 여러 식솔을 이끌고 에베레스트를 향하는 대장도 같지 않을까. 황정민은 극 중 자신이 연기한 엄홍길 대장의 심리를 이렇게 이해했다. 
 
황정민은 “사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치부를 드러내기는 싫다”면서 “엄홍길 대장도 마찬가지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과 삶이 극명하게 눈앞에 있고,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이라며 “속내를 얘기를 잘 안 하시는데,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가 작업을 하면서 대장으로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씩 느껴졌다”고 공감했다. 
 
막중한 책임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전문 산악인도 아닌 배우가 거대한 대자연을 마주한다는 것, 경험해보지 않고선 상상조차 힘들다. 공포가 따를 법도 하지만, 그는 “없었다”고 단호했다. 그보다 책임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황정민은 “역할 따라가는 것 같다”며 “선두에 서야 했고, ‘괜찮아, 안 죽어, 따라와’ 등을 외치며 독려하고 응원했다. 이런 책임감이 막중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에 따른 외로움은 그의 말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해내야 할 목표가 있고, 나중에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게 마지막 촬영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어깨의 짐이 딱 놓이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기억했다. 17살 때 첫 공연 올렸을 때 너무 행복해서 그렇게 울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이었다고.  
 
그는 ‘히말라야’를 통해 ‘사람’을 느꼈다. 기상 조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현지 안전 요원이 손발을 모두 든 상황에서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더 팀워크가 탄탄해졌고, 사람이 보였다. 
 
황정민은 “기상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조금씩 찍어내고 견디다 보니 동료애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팀으로 뭉치게 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떠올렸다. 사람이 있으니까 산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
 
“배우 스태프 할 거 없이 짐을 이고 메고 하면서 4천 미터까지 올라가야 했죠. 이런 팀워크를 보면서 사람이 더 보이기 시작한 거죠. 또 고산병에 걸려도 내려갈 수는 없고. 그런 애틋함이 똘똘 뭉치다 보니까 실제 휴먼 원정대처럼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엄홍길 대장이 16좌를 등정했듯, 황정민도 배우로서 어지간한 봉우리는 다 등정한 느낌이다. 그런 황정민이 또 넘어야 할 산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는 “매번 산 넘어 산”이라며 “뒤돌아보면 더 높은 산이 있다”고 엄살이다. 
 
“제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죠. 욕심부리면 죽어요. 하하. 작품을 시작하면 지름길은 생각하지 않아요. 무조건 정도를 가려고 하죠.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에요. 모든 일을 정직하게 하면 당장은 힘들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그 힘이 생긴다는 것을 스스로 믿고 있죠.”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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