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개미 코때까리’만큼 오던 눈, 이제는 아예 엄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0-02-05 06:04:15

지난달 18일 부산 금정산에 눈이 와가지고, 사진 함 찍을끼라고 기자들도 쎄빠지게 달려갔다아이가. 눈 보기 힘든 부산이지만, 금정산에는 간간이 눈이 온데이. 부산일보 DB 지난달 18일 부산 금정산에 눈이 와가지고, 사진 함 찍을끼라고 기자들도 쎄빠지게 달려갔다아이가. 눈 보기 힘든 부산이지만, 금정산에는 간간이 눈이 온데이. 부산일보 DB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너거들도 알다시피 부산은 원래 눈하고 인연이 없는 동네다.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가 참말로 어렵데이. 근데 우짜다가 눈이 쪼매만 와도 도시 전체가 난리다. 우선은 얼라들 하고, 강새이들이 신나가꼬 팔짝 뛴다.

이까지는 좋은데 도로가 얼어뿌가꼬 사고도 속출하고, 산만디에는 아예 차를 못 댕기게 한다. 노상 눈이 내리는 데야 대비가 철저하겠지만, 부산은 찔끔 내리는 눈에도 완전 무방비 상태인기라.

이날은 부산 기자들도 억수로 힘들다. 눈 오는 거 함 찍어볼끼라고 쎄빠지게 현장에 뛰가야 한다. 쫌만 지체하면 눈이 다 녹아서 사진이 영 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부산에 눈이 얼마나 왔는지 안 궁금하나? 그래서 얼마 전 부산 겨울 기온( busan.com 1월 25일 보도) 이바구에 이어 2탄은 부산 사람들 로망 ‘눈’으로 준비했다.


■최대 적설량은 2000년대, 왜?

우선 어려운 용어 설명부터 하나 해야겄다. 너거 ‘최심신적설’이란 말 들어봤나. 이거는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두께를 말하는 긴데. 기상청에서 보통 눈이 얼마나 왔는지 알아볼 때 최심신적설 개념을 쓴다카네. 대충 눈이 고 정도 왔는갑따 카는 기준이니까, 마 신경 안 써도 된다.

하여튼 그래갖고 부산기상청에 물어봤다. 최근 50년(1969~2018년) 동안 부산에서 겨울(12~3월)에 눈이 얼마나 내맀는지. 자료를 딱 보니까네 2010년대(2010~2018년)에는 최심신적설 평균이 1cm도 안되는 꼴랑 0.97cm더라. 개미 코때까리만큼 내리던 눈도 이제 마 자취를 싹 감춘거나 다름없따.


1969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에 내린 눈을 함 분석해봤다. 보면 2004년 겨울(2004.11~2005.3)을 제외하고 점점 눈이 안 내리고 있다. 1969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에 내린 눈을 함 분석해봤다. 보면 2004년 겨울(2004.11~2005.3)을 제외하고 점점 눈이 안 내리고 있다.

다른 시기를 보니까네, 1970년대 최심신적설 평균이 2.46cm, 1980년대 3.82cm, 1990년대 1.51cm, 2000년대는 무려 7.63cm!? 와~ 우짠 일이고, 2000년대 이기 이기 미친 거 아이가 하고 자세히 디비봤더니, 2004년 12월부터 2005년 3월 새에 눈이 46.7cm나 쌔리 쌓였더라. 더 자세히 보니까 2005년 3월 5일에 29.5cm, 3월 6일에 11.9cm나 눈이 왔단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다 못해 쌔리 마 퍼 부은 기라.

3월에 이리 눈이 마이 내리니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안 됐겠나. 당시 신문을 디비보니까네, 역시나 난장판이 돼 있더라.


■폭설에 울고, 웃고

2005년 3월 부산에 101년 만에 폭설이 내리가꼬 도시가 마 전쟁터가 돼뿠다. 비닐하우스도 폭삭 내려 앉아서 농심도 무너지뿐기라. 부산일보 DB 2005년 3월 부산에 101년 만에 폭설이 내리가꼬 도시가 마 전쟁터가 돼뿠다. 비닐하우스도 폭삭 내려 앉아서 농심도 무너지뿐기라. 부산일보 DB

2005년 3월 7일 자 <부산일보> 1면에 보니까네 부산에는 3월에 내린 눈이 기상관측 사상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카네. 특히 폭설이 내리가꼬 부·울·경 피해액이 100억 원이 넘는다는 어마무시한 기사가 실리있드라. 5~6일 이틀 동안 내린 눈 때매 월요일인 7일 아침 출근길에 교통 대란이 발생했다아이가.

광안대교 바닥도 꽝꽝 얼어뿌고,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도 하역 작업을 못해갖고 직원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카고. 비닐하우스도 폭설에 내려앉아서 농심도 고마 폭삭 주저 앉아뿐기라.


2005년 3월에 내린 폭설 덕분에 아파트 19층에서 떨어진 얼라가 살았다 안카나. 부산일보 DB 2005년 3월에 내린 폭설 덕분에 아파트 19층에서 떨어진 얼라가 살았다 안카나. 부산일보 DB

그때 부산 시민들은 하늘 보고 “쫌! 어지간히 내리라”라고 했겠지만, 이 와중에도 폭설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도 있다 카더라. 한 아파트 19층에서 얼라 한 명이 발을 헛디뎌 떨어졌는데, 나뭇가지에 한번 튕기고 나서 눈이 10cm 이상 쌓인 데 떨어지가 구사일생으로 살았다카네. 니는 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갑따.


2001년 1월 13일 부산 남구 대연고개서 찍은 사진이라네. 여가 그인지 알아보겠나? 길바닥에 눈이 내리가꼬 차선도 안 보이고 마 엉망이다. 부산일보 DB 2001년 1월 13일 부산 남구 대연고개서 찍은 사진이라네. 여가 그인지 알아보겠나? 길바닥에 눈이 내리가꼬 차선도 안 보이고 마 엉망이다. 부산일보 DB

하루 만에 내린 눈으로는 두 번째로 많았던 2001년 1월 13일(12.4cm)에도 부산 도심이 완전 아수라장으로 변했드라. 눈 안 오는 동네에 제설 대책이 있었겠나. 모래하고 염화칼륨도 동나뿠다네. 그때 부산시 공무원들 눈치운다꼬 억수로 욕봤을낀데, 그래도 야시 같이 대비를 단디하는 것만 못한기라.


■앞으로 부산 눈은 금정산에서만?

사실 2005년 3월에 내린 폭설은 좀 유별나다고 보면 된다. 그때 한반도 상공에서 북서쪽 찬 고기압하고, 남쪽 따신 고기압이 서로 만나 기압골을 만든기라.

또 서해상에 수증기가 쌔리 유입되면서 눈구름대가 몸집을 불라서 저리 눈이 많이 온 기라. 2000년, 2004년에 내린 눈을 빼면 2000년대 평균 적설량은 2.15cm밖에 안된다.

그런데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올해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영 힘을 못쓰고 있다 안카나. 그래서 봄 같은 겨울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기다. 앞으로 계속 그렇다면 부산에서 눈 볼 일은 더더욱 없을 끼구만.

실제 2010년대 겨울 적설량이 1cm도 안 된다카니 말 다했제. 그라고 부산 눈 적설량이 0cm인 해도 2010년대에 6개년으로 제일 많다.

그래도 부산에서 꼭 눈 보고 싶나? 방법이 하나 있다. 금정산에 쎄빠지게 기올라가면 된다. 금정산 꼭대기에는 간간이 눈이 내리니까.

언제 눈이 내릴지 알 수 없으니 금정산 근처로 이사가는 것도 좋을 끼다. 근데 산만디에 눈 오면 차 버리고 댕기야하는 거 알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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