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 K리그 시즌이 마감되면서 구단마다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전지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해외 훈련은 언감생심인 터라 부산·경남 일대가 전지훈련 장소로 급부상했다.
2일 대한축구연맹에 따르면 부산 아이파크 등 구단들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동계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기존에 전지훈련은 대개 국내가 아닌 중국, 일본, 태국이나 멀리 남미, 유럽 등지였다. 하지만 올해 전지훈련장은 예전과 달리 모두 국내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도 있지만 해외 훈련 뒤 한국에 입국했을 때 자가 격리 등 번잡스러운 조처들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탓에 관람객 수입이 급감한 구단의 곳간 사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 국내 전환 불가피
제주보다 부산·경남 급부상
K리그1·2 팀 절반 캠프 예정
기장월드컵빌리지 ‘최고 인기’
거제·통영·남해·창녕도 특수
숙박비 할인 등 유치전 치열
그러다 보니 국내 전지훈련장 확보에 구단마다 진작부터 안간힘을 썼다. 예전에 제주도가 국내 전지훈련장의 대표 장소였다면 코로나 확산 이후 부산 경남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K리그1, K리그2 소속 팀의 절반인 10여 개 팀이 이 지역에서 올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특히 부산 기장군에 있는 기장월드컵빌리지는 강원 FC 등 프로축구 4~5개 구단과 대학·실업팀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천연잔디 구장 2곳과 보조 구장으로 쓸 수 있는 인조잔디 구장을 갖추었다. 특히 천연 구장에는 사계절용 잔디인 켄터키블루가 심어져 있다. 이 종은 겨울철 낮은 온도에도 탄력을 유지해 선수들에게 최적의 골 감각을 제공한다. 국내 구단들이 탐을 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기장군 내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받는 숙박비 할인 혜택 등도 무사하지 못할 매력이다.
강원 FC 관계자는 “해외훈련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 탓에 입출국 때 과거와 다른 제한 요소가 많아 국내 훈련장을 찾던 중 월드컵빌리지가 최적의 장소로 판단돼 최종적으로 선정했다”며 “훈련장이 도심과 떨어져 훈련 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을 겨울 손님으로 맞이하는 훈련장 측의 각오도 남다르다. 최고의 훈련 여건 제공은 기본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훈련장의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을 알리는 홍보효과도 챙겨야 한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놓치면 안 된다.
기장월드컵빌리지 노진곤 주임은 “2013년에 월드컵빌리지를 개관했는데, 지난해까지는 프로축구단 상주와 상무가 자주 전지 훈련장으로 활용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 프로축구단과 실업축구단의 이용 문의가 급증했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추가로 훈련장을 대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코로나 방역 등 확실히 대비해 국내 최고의 전지훈련장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장월드컵빌리지 이외에도 경남 거제시, 통영시, 남해군, 창녕군 일대 훈련장도 때아닌 ‘코로나 특수’로 해외 전지훈련 대체지로 떠올랐다. 올해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도 내년 1월 말께 남해에서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다. 준우승팀 울산 현대는 내년 1월 중순 통영에서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하면 팬 초청행사나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해외 훈련보다 예산도 아낄 수 있어 여러 서비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 탓에 올해는 이런 부대 행사를 제대로 마련해 실제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