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러브버그’ 공습, 부산은 안전하나?

수도권, 2022년 이후 매년 민원 급증
부산 16개 구·군 관련 신고·민원 없어
수명 짧고 같은 장소에서 번식 특성
부산에서는 확산 가능성 낮다는 분석
기온 지속 상승 땐 한반도 확산 예측도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2025-07-05 09:00:00

최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름 불청객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집단 출몰하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는 상황이다. 러브버그는 도심과 주택가, 산림을 가리지 않고 무리 지어 나타나 차량과 사람에 달라붙거나 시야를 가리면서 불쾌감을 주고 야외 활동에 지장을 준다. 러브버그를 두고 “유해 곤충이니 당장 퇴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생태계에 유익한 익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수도권과는 달리 부산에서는 러브버그의 대량 출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6월 30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들로 뒤덮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6월 30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들로 뒤덮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 수도권은 ‘러브버그’와의 전쟁

러브버그는 그동안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주로 목격됐다. 그러나 최근엔 서울 전역에서 출몰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매년 증가했다. 2022년 4418건이던 신고 건수는 2023년 5600건, 지난해 9296건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이미 4695건이 접수됐다. 러브버그 급증 현상은 시민 생활 전반에 걸쳐 불편과 위협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브버그는 두 마리가 붙어 떼로 몰려다니며 인간에게 달라붙어 혐오·불쾌감을 유발한다. 자동차 유리에 붙어 안전 문제를 불러오기도 하고, 사체가 쌓이면 산성을 띤 내장이 건축물과 자동차 등을 부식시킨다. 식당, 카페, 편의점 등 업장에 피해를 주어 매출 감소 같은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는 벌레 사체가 등산로에 10cm 이상 쌓인 모습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SNS를 중심으로 올라온다.


인천 계양산 등지에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떼가 출몰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계양산 등지에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떼가 출몰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러브버그’ 부산은 괜찮은가?

러브버그가 수도권을 뒤덮은 데 비해 부산 지역 16개 구·군에는 아직 관련 신고나 민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을 단정할 순 없으나, 이동 범위가 좁은 러브버그 습성과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성장 환경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러브버그 성체는 일주일 안팎 활동하는데, 러브버그의 비행은 이동이 아닌 짝짓기에 목적이 있다. 번식 장소에서 다시 번식하기에 다른 장소로 확산하는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주대 생명과학과 도윤호 교수는 “2015년 처음 인천에서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수도권 주위로만 출몰하고 있다”며 “자동차에 붙어서 이동하는 ‘인위적 이주’ 등을 제외하면 수도권에 주로 출몰하는 러브버그가 부산권역까지 갑작스레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또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이 많이 쌓여 있고, 토양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 성장한다. 이에 수도권처럼 활엽수림이 많이 분포한 지역에서 성장하기 유리하다고 한다. 반면 부산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림의 비중이 비교적 높아 성장이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한 시민이 부산에 러브버그 20마리를 채집통에 담아 숲에 풀었다는 소식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통해 러브버그가 부산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작다고 전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외래종이 확산하기 위해서는 교미해서 알을 낳을 수 있는 적절한 번식 환경이 필요한데 이를 찾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유기물이 많은 장소에 갖다 놓지 않는 이상, 그냥 풀어놓고 날린다고 해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우 낙동강에코센터 전시기획팀 곤충 모니터링 담당자는 “기후변화로 어떤 곤충이 국내에 대량 출몰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곤충의 종류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상황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래종 해충인 유리알락하늘소가 몇 년 전 부산 삼락생태공원 등 낙동강 수변 지역에서 번식해 버드나무 서식지를 파괴하기도 했다”며 “물류 이동이 많은 부산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외래 곤충 유입 가능성에 대해 더욱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대응을 위한 통합관리 방안’ 정책리포트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2070년에는 한반도 전역에 러브버그의 확산이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러브버그는 어떤 곤충

러브버그는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약 1㎝ 크기 파리과 곤충이다.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학명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짝짓기를 하거나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 이 곤충은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다. 토양 환경을 정화하고 꽃의 수분을 도우며, 어류·새·곤충의 주요 먹이가 된다. 이슬이나 꽃의 꿀을 먹고 사는데,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진 않는다. 밝은 불빛을 좋아해 도심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러브버그는 초여름인 6~7월에 개체 수가 급증한다. 수컷은 3~4일 만에 죽고, 암컷은 약 1주일 동안 살면서 습한 땅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그동안 대규모로 나타난 뒤 2주가량이 지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7월 중순쯤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6월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들로 뒤덮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6월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들로 뒤덮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유입은 언제 됐나

외래종인 러브버그는 2015년 인천에서 처음으로 알이 발견됐다. 이후 2022년 서울시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서북부 지역에서 대량 발생하다가 지금은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와 인근 경기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원래 중국 동남부·대만·일본 류큐 제도 등 북위 33도 이남 아열대 지역에 분포했는데, 기후변화와 함께 북상하다가 한반도까지 넘어왔다. 국립생물자연관이 중국과 대만, 일본 등지에 있는 러브버그 표본을 확보해 유전자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발생하는 러브버그는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 지역에서 물류 교역 과정을 통해 인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와 산악 지역 주변의 도시 개발 등으로 이 벌레가 북쪽으로 확장한 것으로 본다. 러브버그는 LED 불빛을 좋아하며, 도심 열섬 효과에 강하다고 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에서 채집된 러브버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도시에 살기 적합한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러브버그는 대개 민가와 가까운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 등에서 많이 나타난다. 유충은 유기물이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도심의 정원, 가로수 아래, 쓰레기나 퇴비 등이 좋은 서식지가 된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집단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방충용품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집단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방충용품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 천적이 없는 이유

러브버그는 특별한 천적이 없다. 새, 개구리, 두꺼비 같은 대표적인 포식자들도 이 곤충을 잘 먹지 않는다. 신맛이 나고 끈적한 체액을 지녀 대부분의 새가 먹이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껍질도 단단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들도 먹기를 꺼린다. 이런 천국 같은 서식 환경이 대발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원래 해외에서 새로운 생물이 유입되면 기존 생물들이 이들을 먹이로 인식하고 잡아먹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천적이 없어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까치, 참새 같은 새들과 거미류, 사마귀와 같은 생물들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광경이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삼육대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며 러브버그 현장 방제활동을 하고 있다. 관계자는 러브버그 퇴치는 날개가 약한 개체의 특성으로 나뭇잎 아래쪽에 살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삼육대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며 러브버그 현장 방제활동을 하고 있다. 관계자는 러브버그 퇴치는 날개가 약한 개체의 특성으로 나뭇잎 아래쪽에 살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대처 요령과 방역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밝은색 옷을 피하고 어두운색 옷을 입을 것을 권한다. 러브버그가 밝은 색을 꽃으로 착각해 달려들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창문이나 출입구 방충망의 틈새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러브버그는 오래 비행하지 못하고 날개가 약하고 물을 싫어한다. 유리창이나 차에 붙은 러브버그는 물을 뿌려서 제거하면 된다. 또 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발생 기간에는 생활 조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 러브버그가 들어왔을 땐 분무기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휴지로 치우면 된다고 한다.

러브버그는 유충 시기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익충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병해충 방제 대상이 아니다. 현재 국내 법령상 직접적인 방역·관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은 질병 매개 곤충에 대한 관리만 규정하고 있다. 자치구 차원 방역도 모기·바퀴벌레 등 위생 해충에 집중돼 있다. 살충제를 이용한 전면적 방제도 쉽지 않다. 러브버그가 전통적 해충이 아니며, 무분별한 화학 방역은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러브버그가 질병을 매개하지 않더라도 개체 수가 급증해 시민의 일상에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유해성 도시 해충’으로 지정해 관리 대상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구온난화와 도시열섬 현상으로 제2, 제3의 러브버그 출현 가능성이 높아 보다 적극적인 방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분간 러브버그 관리 방안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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