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3-04-28 15:51:07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지난달 초 개봉한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데다 5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어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3월 8일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을 앞두고 “영화가 300만 명을 넘으면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7일 다시 내한한 감독은 “한국 관객은 참 다정한 것 같다”며 “참 감격스럽고 신기하다”고 했다.
신카이 감독은 주오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애니메이션 ‘둘러싸인 세계’ 연출로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스즈메의 문단속’(2022)으로 이어지는 재난 3부작이다. 이 작품들은 흥행과 작품 비평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 영화와 비교하면 내 영화는 여전히 매우 불완전하다”며 “한국 관객은 이렇게 불완전한 영화를 보고도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으로 받아줬다”고 했다.
신카이 감독은 이번 작품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으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덕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이 영화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닐 것”이라며 “재해로 상처를 입은 한 소녀가 마음을 회복해가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일본적인 이야기에 한국 관객이 열광하는 현상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덕분에 이번 한국 방문은 친구 집 놀러 가듯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어요.”
감독은 영화를 ‘2시간 분량의 긴 곡’으로 보고 접근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스토리보드 단계에서도 음성을 넣어봤다”며 “두 시간에 이르는 긴 노래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일단 대사를 녹음해서 넣고, 리듬에 맞춰 그림을 넣는 작업을 한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소리에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과 문화적 교류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은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지난 20년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좋았던 적도 있지만, 좋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점과 상관없이 한국 관객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해 온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국가 간 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경계가 무너졌어요.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듯이 일본 사람들도 K드라마와 K팝을 즐기고 있죠. 저도 한국 그룹 아이브 신곡 ‘아이 엠’을 매일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