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망가지는 '침묵의 장기', 의심할 만한 이상 신호는

[만성콩팥병 증상과 합병증]
부종·고혈압·소변 변화 등 대표적
체내 노폐물 축적돼 요독증 발생
피로·가려움·인지 저하 등 유발
경련·부정맥·빈혈과 뼈에도 영향

심혈관 등 합병증에 사망 위험 ↑
건강 검진·생활 습관으로 지켜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4-06-18 07:00:00

장림한서병원 신장내과 김병우 과장(오른쪽)이 만성콩팥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장림한서병원 제공 장림한서병원 신장내과 김병우 과장(오른쪽)이 만성콩팥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장림한서병원 제공

만성콩팥병은 흔하면서 위중한 병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1%가 만성콩팥병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질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7.2배 높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콩팥(신장)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자각 증상이 없어 콩팥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장림한서병원 신장내과 김병우 과장은 “콩팥 기능이 저하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이해하고, 예방과 관리를 통해 콩팥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콩팥이 나빠지면 어떤 일이

콩팥은 적갈색 완두콩 모양으로, 복막 뒤 양 등쪽에 1개씩 2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혈액을 걸러서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고 소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몸의 수분과 전해질, 산·염기의 균형 등 항상성을 유지하고, 여러 호르몬과 비타민을 생성해 다른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이와 같은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된 상태를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콩팥에 문제가 생겨 몸의 염분을 적절히 배출하지 못하면 염분과 수분이 쌓이면서 부종이 생긴다. 대개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나 손발이 붓고, 오후가 되면 중력의 영향으로 발과 발목이 붓는다. 잘 맞던 신발이 저녁에 꼭 끼거나 발목에 양말 자국이 나는 식이다.

고혈압은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이자 증상이다. 콩팥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이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콩팥병으로 염분이 체내에 축적되면 혈압이 올라 콩팥 손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소변의 변화, 특히 거품뇨나 혈뇨는 핵심 증상이다. 신장의 사구체는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체 역할을 하는데, 사구체가 망가지면 단백질과 적혈구까지 빠져나간다. 단백질이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는 단백뇨는 거품을 일으킬 수 있고, 적혈구가 배출되면 소변색이 붉어진다.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변 보는 횟수가 늘고, 밤에 더 심한 야뇨증이 생기기도 한다.

피로와 무기력은 지나치기 쉽지만 콩팥병의 징후일 수 있다. 콩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체내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노폐물이 소변을 통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돼 독성 물질로 작용하는 요독증이 발생한다. 요독증은 위장관이나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서 식욕 없음과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 가려움증 등의 피부 증상,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같은 신경계 증상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근육 경련과 통증은 전해질 이상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콩팥은 체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인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저림 같은 경미한 증상부터 경련, 의식 변화, 치명적인 부정맥까지 나타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빈혈을 유발한다. 김병우 과장은 “콩팥은 적혈구 생성을 돕는 호르몬을 생산하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이 호르몬이 부족해져 빈혈이 발생한다”며 “만성콩팥병 환자는 피로감과 호흡 곤란처럼 빈혈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절도 영향을 받는다. 콩팥은 비타민D를 활성화시켜서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에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뼈가 약해지고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적극 관리 중요

우리나라 성인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중등도 이상)은 2022년 기준 7.6%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높아져 70대 이상은 21.6%에 달했다. 만성콩팥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할 수 있고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중증이 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해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은 만성콩팥병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대한신장학회의 ‘말기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투석 환자의 사망 원인은 심정지, 심근경색 등 심장 질환이 34.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혈관 질환(10.1%)이었다. 서울대 의대 등 18개 기관이 참여한 만성콩팥병 환자 대상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만성콩팥병이 진행될수록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과 발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콩팥 건강을 지키는 데에는 저염식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관리, 금연과 절주도 필요하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김병우 과장은 “콩팥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신장 기능을 검사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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