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5-07-08 20:00:00
지난달 25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던 대만 여객기가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돗대산 방향으로 붙어 선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활주로 오착륙 등 자칫하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만 현지 언론에서 “2002년 중국 민항기 사고가 되풀이될 뻔했다”고 보도했다.
8일 대만 중화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4시 35분께 승객 150여 명을 태우고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중화항공 CI186편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6시 50분께 김해공항 활주로 착륙 전에 복항했다. 첫 착륙 시도에 실패한 해당 여객기는 공항 상공을 선회하다 이날 오후 7시 15분께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게 김해공항에 착륙했다.
당시 CI186편 항적을 보면 항공기는 김해공항 활주로와 평행해서 비행하다 남해고속도로를 지나쳐 180도 선회하며 위험천만한 착륙을 시도한다.
남해고속도로 기준 북쪽으로 최대 757m까지 비행한 뒤 선회해 김해공항 활주로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돌렸다. 당시 항공기 속도는 약 152노트(281km/h), 고도는 최대 475피트(144m)까지 낮아졌다. 비행기 좌측에는 381m 높이의 돗대산이 1k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본보 취재진과 항공기 항적을 함께 분석한 신라대 항공운항과 김광일 교수는 “남해고속도로 주변에는 이곳을 넘어서 선회하지 말라는 항공장애 표지판(세이프티 보드)이 세워져 있는데, 이마저도 넘어간 것”이라며 “정상적이지 않은 이례적이고 위험한 비행이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김해공항의 경우 항공기가 남해고속도로를 지나쳐 선회 비행을 할 경우 사고 위험이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본다. 돗대산과 신어산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AIP(항공정보간행물)에는 ‘김해공항의 경우, 비상 상황 또는 불가피한 상황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 모든 항공기가 소음 방지를 위해 남해 고속도로 북쪽으로 비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돼 있다. 소음 방지라 명시돼 있으나, 사실상 돗대산과 신어산과의 충돌 방지 목적이 더 크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비행에 대만 민간 전민 텔레비전 공사(FTV)는 2002년 129명 사망자를 낸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가 되풀이될 뻔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화항공 측은 “여객기가 안정적인 진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비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할 지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일은 항공 준사고가 아니다”면서도 “조사가 필요한지 공군과 협의해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활주로 오착륙 등 김해공항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되풀이하자,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명확한 관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공항 착륙이 서투른 외국 국적 항공기를 중심으로 항공기가 적정 선회 지점을 지나칠 경우 관제탑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김해공항에서 허가받지 않은 18L(좌측) 활주로에 착륙하는 ‘항공 준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라대 항공운항과 최인찬 교수는 “특히 외국 국적 항공기 조종사들이 김해공항 착륙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관제탑에서 비행을 지켜보다 선회 지점을 지나치면 이를 기장에게 바로 알려줄 지침이나 프로세스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