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정에 “지체없이 군사 원조” 내용 담겼다…동맹 복원 해석돼

조선중앙통신,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 보도
“무력침공 받으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4-06-20 10:39:16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회복’과 관련,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양국 간 동맹관계가 28년 만에 복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보도했다. 조약 제4조에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한다.

1961년 체결했다가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겨 있었다.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련이 1990년 9월 남한과 수교하고, 이듬해 8월 소련 해체로 러시아로 전환되면서 조약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가 1996년 폐기됐다. 2000년 체결된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 대신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유사시 자동개입이 아닌 협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북러가 지난 19일 새롭게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다시 ‘지체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날 협정문이 공개되기 전까지 북러 협정에 대해선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양국이 맺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이 ‘자동 군사개입’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크게 갈렸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조로(북러) 관계 발전 청사에 분수령으로 될 위대한 조로동맹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 등을 언급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만 표현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 사이에 협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북러 협정은) 동맹관계가 전혀 아니다”면서 “(과거)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동맹조약은 유사시에 지체 없이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이번 협정은) 과거의 동맹 조약을 부활한 게 전혀 아니다”면서 “선린우호국가 간에 높은 단계 수준의 협정을 체결했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

반면 이번 협정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하면서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도 ‘지원’”이라고 말했다.

홍 전 원장은 “한미가 동맹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지만 한미동맹도 자동 개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남침을 하면 미국 대통령은 의회, 국회에 한국을 도와주겠다는 승인을 받아야 된다”면서 “미국의 전쟁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가 갖고 있어서 한미동맹조차도 자동 (군사)개입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전 원장은 “북중도 동맹이지만 ‘침략을 당할 시에 도와준다’고 돼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중국이 판단하기에 북한이 남침했다면 안 도와줘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