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펼칠 ‘금빛 여정’…부산 선수들이 ‘큰일’ 낸다

올림픽 D-3…8개 종목 19명 출전

송세라, 여자 에페 단체 에이스로
안세영, 배드민턴 여단식 금 사냥

임종훈, 혼합복식 신유빈과 호흡
'부산 탁구' 기세로 중국과 일전

황금세대 수영, 다이빙 우하람
아티스틱스위밍 이리영도 출전
역도 김수현, 아픔 딛고 재도전

‘요트 전설’ 하지민 5연속 참가
최고령 이보나, 사격 메달 조준
핸드볼 김다영·신진미·송해리
‘우생순’ 영광 재현 위해 출격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4-07-22 10:25:25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무대에서 태극전사들이 걸어온 길은 눈부시다. 그 빛나는 여정에 ‘부산’의 발자취는 유난히 또렷하다.

부산 출신·소속팀 선수들은 세계인 앞에서 태극마크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우리나라 올림픽 최초 금메달을 안긴 ‘레슬링 레전드’ 양정모가 대표적이다. 양정모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1936년 베를린에서 고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오른 지 40년, 우리나라가 1948년 올림픽(런던)에 첫 출전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안방에서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도 부산의 아들·딸들의 활약이 빛났다. 처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탁구에서 남자단식에 출전한 유남규(현 한국거래소 감독)가 선배 김기택을 꺾고 우리나라 사상 첫 올림픽 구기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부산 출신 현정화(현 한국마사회 감독)도 양영자와 짝을 이뤄 여자복식 정상에 올랐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송세라(부산시청)가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 마세건(부산시청)이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부산발 투혼과 승리의 역사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어진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전체 22개 종목 144명의 태극전사 중 8개 종목 19명의 부산 출신·소속팀 선수들이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펜싱 국가대표 송세라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펜싱 국가대표 송세라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빛 찌르기·스매시

먼저 펜싱에서 직전 대회 때 아깝게 금을 놓친 송세라(부산시청)가 다시 한 번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남자 플뢰레 개인전)가 첫 금메달을 딴 이래 펜싱에서 금 5, 은 3, 동 8개를 쓸어담았다. 이번 파리 대회는 펜싱에서 모두 12개 금이 걸렸는데, 이 중 송세라가 출전하는 여자 에페 단체전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함께 금메달이 유력하다. ‘에이스’ 송세라를 필두로 이혜인(강원도청)·강영미(광주시청)·최인정(계룡시청)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는 최근 5~6년 동안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며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종주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텃세가 변수지만 태극낭자들은 도쿄 올림픽 때 에스토니아에 접전 끝에 패한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송세라는 개인전 메달에도 도전한다. 펜싱 경기는 오는 27일부터 종목별 개인전이 열리고 30일부터 단체전이 시작된다.

배드민턴에서는 부산 연고 실업팀인 삼성생명 소속 안세영·김가은·서승재·강민혁·김원호가 올림픽 코트 위를 누빈다. 이 중 여자단식에 출전하는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의 ‘금빛 스매시’가 기대된다.

세계 랭킹 1위로 이번 올림픽에서 1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평소 실력만 발휘한다면 예선을 무난하게 통과한 뒤 16강 부전승을 거쳐 8강까지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준결승에서 세계 5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준결승에서 세계 3위 타이쯔잉(대만)을 제압하면 결승에서 ‘숙명의 라이벌’ 세계 2위 천위페이(중국)와 맞대결이 예상된다. 3년 전 도쿄 대회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무릎을 꿇은 안세영으로서는 반드시 설욕해야 할 상대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9년 만에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이 올림픽마저 제패한다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이 부문 정상에 오르게 된다.

안세영과 함께 여자단식에 나서는 김가은도 반전의 스매시를 노린다. 8강전에서 타이쯔잉을 제압한다면 4강에서 동료 안세영을 만나 동메달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올림픽 배드민턴은 남녀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모두 5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른 서승재는 강민혁과 호흡을 맞추는 남자복식에 이어 혼합복식까지 2관왕에 도전한다.

올 2월 19일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한국과 인도 경기에서 임종훈이 득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올 2월 19일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한국과 인도 경기에서 임종훈이 득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오른쪽)과 김수지가 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오른쪽)과 김수지가 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이리영(왼쪽)과 허윤서가 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이리영(왼쪽)과 허윤서가 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탁구·수영·역도, 메달 색은?

파리에서 ‘부산 탁구’의 승전보가 울려퍼질지도 관심사다. 부산 출신 레전드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의 지도를 받아온 임종훈(세계랭킹 30위)이 혼합복식과 남자단체전에 출전해 12년 만의 한국 탁구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특히 신유빈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는 2004년 아테네 남자단식 유승민(대한탁구협회 회장) 이후 20년 만의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 탁구는 남녀단체전도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 특히 단체전 첫 경기로 치르는 복식에서 임종훈은 ‘에이스’ 장우진(무소속·14위)과 호흡을 맞춰 기선 제압에 나선다. 임종훈과 같은 한국거래소 소속 안재현도 남자단체전 예비 선수로 참가해 힘을 보탠다.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수영에서는 총 23명의 한국 선수 중 부산 출신으로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다이빙, 이리영(부산수영연맹)이 아티스틱스위밍에 참가해 메달 사냥에 힘을 보탠다.

도쿄 올림픽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를 기록한 우하람은 다음 달 8일 이 부문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한다. 이리영은 허윤서(성균관대)와 짝을 이뤄 아티스틱스위밍 부문 한국 첫 올림픽 ‘톱10’ 진입을 노린다. 박태환 이후 ‘황금세대’로 불리는 수영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써내려갈 새 역사에 우하람과 이리영이 몇 줄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 나온 역사적인 종목 역도에서는 여자 -81kg급 김수현(부산시청)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선 여자 81kg 이상급 박혜정(고양시청)의 메달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는 가운데 김수현을 포함한 나머지 4명도 메달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인상 106kg을 든 뒤, 용상에서 실격 판정을 받아 동메달을 놓친 김수현은 도쿄의 눈물을 파리에서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한국 요트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해운대구청)이 파리행 티켓을 확보해 5회 연속으로 하계올림픽에 출전한다. 부산일보DB 한국 요트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해운대구청)이 파리행 티켓을 확보해 5회 연속으로 하계올림픽에 출전한다. 부산일보DB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더블트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손혜경·김미진·이보나(오른쪽)가 시상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더블트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손혜경·김미진·이보나(오른쪽)가 시상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수현이 용상 3차 시기 138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수현이 용상 3차 시기 138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설의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 요트계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해운대구청)도 일찌감치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무려 5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1인승 딩기요트(엔진·선실을 안 갖추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를 타는 하지민은 아시아 최고 요트 선수로 꼽힌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 항저우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는 직전 도쿄 대회에서 7위를 기록하며 역대 한국 요트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민은 이번 파리행으로 이은철·진종오(이상 사격), 윤경신(남자핸드볼), 오성옥(여자핸드볼) 등 5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역대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민이 출전하는 남자 레이저급은 다음 달 1일부터 6일 동안 11차례 레이스를 펼친 뒤 전체 성적을 종합해 순위를 가린다.

사격에서는 1981년생으로 이번 한국 선수단 중 최고령자인 이보나(부산시청·트랩)를 비롯해 부산 연고 KT사격선수단의 박하준(10m 공기소총, 50m 소총 3자세)·장국희(스키트), 부산 출신 이원호(KB국민사격단·10m 공기소총) 등이 출전한다.

이들 중 이보나는 2004년 아테네에서 올림픽 은메달(여자 더블트랩)과 동메달(여자 트랩)을 따낸 한국 사격 사상 유일한 산탄총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20년 만에 다시 올림픽 메달을 정조준한다.

한편, 이번 파리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축구·농구·배구·하키 등이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단체구기종목 중 여자핸드볼만 유일하게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지휘하는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해 8월 아시아지역 예선 1위를 차지하며 11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대기록을 이뤘다.

여자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 2, 은 3, 동 1개를 획득하며 ‘우생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최근 몇 차례 대회에서는 메달권과 멀었다. 부산시설공단의 김다영·신진미·송해리가 국가대표에 합류해 1차 목표인 8강을 향해 힘을 보탠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로 파리 올림픽에서 ‘우생순’의 감동을 이어갈 부산시설공단의 김다영.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여자핸드볼 국가대표로 파리 올림픽에서 ‘우생순’의 감동을 이어갈 부산시설공단의 김다영.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에 합류해 파리 올림픽에서 ‘우생순’의 감동을 이어갈 부산시설공단의 신진미.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에 합류해 파리 올림픽에서 ‘우생순’의 감동을 이어갈 부산시설공단의 신진미.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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