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부산의 서울 도전, ‘디파인 서울’ 막 올랐다

닷새 간의 일정으로 30일 개막
디자인과 현대미술 결합 시도
작년 첫선, 올해는 1.8배 규모 ↑
국내외 다채로운 예술 45곳 참여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4-10-31 14:39:35

디파인 서울 메인 전시장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전경. 디파인 서울 제공 디파인 서울 메인 전시장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전경. 디파인 서울 제공

디파인 서울 전시장 전경. 김효정 기자 디파인 서울 전시장 전경. 김효정 기자

상반기 국내 최고 아트페어로 성장한 아트 부산의 또 다른 브랜드 ‘디파인 서울’이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막 올랐다.

지난해 처음 열린 디파인 서울은 디자인(Design)과 현대미술(Fine Art)의 합성어인 ‘디파인’을 이름으로 내세웠다. 기존 아트페어가 담지 못했던 디자인과 공예, 프리미엄 가구 등 다채로운 분야를 새롭게 제안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부산 기반의 국제아트페어인 아트 부산의 서울 도전이자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디파인 서울을 주도하는 아트 부산 정석호 이사는 “디파인 서울은 아트 부산의 확장된 브랜드이다. 세계 미술 시장으로 뻗어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라며 “아트 갤러리는 이미 노출이 많이 되었지만, 좋은 디자인들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스튜디오나 작가는 많은데 디파인 전시를 통해 많이 소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디파인 서울은 기존 아트페어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신선하고 새롭다는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올해는 지난 해의 1.8배가량 규모를 키웠다. 독일, 태국, 이탈리아 등의 다양한 해외 전시자들과 한국의 갤러리들이 협력해 독특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유망 작가를 발굴해 디자인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며, ‘디파인 토크’ 강연 프로그램도 심도 있는 내용으로 준비했다.

올해 디파인 서울의 주제는 ‘단순의 의미:이성적 시대의 본질적 추구’다. 경쟁과 과시가 팽배한 시류 속에서 본질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단순함의 의미를 탐구해 본다는 취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태오 디자이너가 주제 정립과 공간 연출을 맡았다. 양 디자이너는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 의해 창작된 사물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본질을 이해하고, 스스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인 전시장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는 3개 층에 걸쳐 전시가 펼쳤다. 화이트스톤, 탕 컴템포러리 아트, 우손갤러리, 오리 갤러리, 갤러리JJ 등 개성강한 한국 갤러리들로 디파인 서울 성격에 맞는 작품들로 전시를 꾸몄다. 부산에서 온 전시팀으로는1층에 빈티지 가구와 현대 미술 대가들의 컬렉션을 배치한 미미화 갤러리가 있으며, 3층에는 황현민·정은주 등 부산 작가들의 유쾌한 작품들로 준비한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20대 박영환 작가와 30대 고스 작가의 젊고 발랄한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휴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산 미미화 갤러리는 디자인 가구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함께 배치해 관심을 받았다. 김효정 기자 부산 미미화 갤러리는 디자인 가구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함께 배치해 관심을 받았다. 김효정 기자
부산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는 왕현민 작가의 독특한 가구와 작품을 선보였다. 김효정 기자 부산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는 왕현민 작가의 독특한 가구와 작품을 선보였다. 김효정 기자

부산 갤러리 휴는 부산 출신 20대 박영환 작가 수묵화로 부스를 꾸몄다. 김효정 기자 부산 갤러리 휴는 부산 출신 20대 박영환 작가 수묵화로 부스를 꾸몄다. 김효정 기자

디파인 서울은 플라워 아티스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디파인 서울은 플라워 아티스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태국의 유명 디자인 갤러리 유무타는 유쾌한 디자인의 작품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잡았다. 김효정 기자 태국의 유명 디자인 갤러리 유무타는 유쾌한 디자인의 작품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잡았다. 김효정 기자

광화문에서 최근 성수동으로 이전한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는 양자주 작가 작품으로만 전시장을 꾸몄다. 양 작가는 부산에서 몇 년간 살며 재개발 지역에서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부산현대미술관의 레진 벽돌 설치작업도 호평받았고,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소장이 결정됐다. 이번 디파인 서울에서는 설치와 조각 외에도 분채와 흙을 사용한 독특한 질감의 회화 작품까지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한미경 실장은 “양자주 작가의 작업은 물성과 행위에 집중한다. 그동안 외국에서 작업이 많았는데 디파인 서울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역량 있는 해외 전시자도 눈길을 끌었다. 아트바젤 홍콩, 아트 뒤셀도르프 등 다양한 글로벌 페어에 참여하며 젊고 유망한 작가를 소개해온 독일 발트키르헨 지역의 갤러리 징크(Galerie Zink)가 처음 부스를 차렸다. 갤러리 징크는 최근 아시아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고유 콘셉트를 지닌 디파인 서울 참가를 확정했다.

메종 오브제, 엘르 데코 프랑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등 해외 굴지의 디자인 페어에서 독창적이면서 실험적인 작업으로 화제를 모아온 방콕의 갤러리 유무타(YOOMOOTA)도 디파인 서울에 부스를 조성한다. 유무타 부스에는 장난감처럼 유쾌한 조각들이 돋보여 관객이 많이 몰렸다. 지난해 디파인 서울에서 갈채를 받았던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명디자인 스튜디오 지오파토&쿰스(Giopato& Coombes)도 다시 참가해 전시장 중앙에 돋보이는 조명 컬렉션을 펼쳐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는 양자주 작가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양 작가는 부산에 살며 작업을 오래 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김효정 기자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는 양자주 작가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양 작가는 부산에 살며 작업을 오래 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김효정 기자
아틀리에 오이와 한국 국악인 박지하의 협업 작업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시도가 좋았다. 김효정 기자 아틀리에 오이와 한국 국악인 박지하의 협업 작업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시도가 좋았다. 김효정 기자

메인 전시 외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특별전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스위스 디자인스튜디오인 ‘아뜰리에 오이’와 한국의 차세대 국악인 박지하와 협업 작품은 단연 돋보였다. 소리와 공간을 재정의하는 작업으로 금속줄(스트링)의 진동을 통해 소리의 크기가 보여지며 거대한 스트링 세트가 박지하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장관이며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디파인 서울이 정한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3팀으로 특별전 ‘디파인 설렉션’을 꾸몄다. 올해는 김대운, 최성일, 위켄드랩이 참여하며 자유분방한 세 팀의 작품은 기존 아트페어에선 만날 수 없는 디파인 서울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공간 Y173에선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작가의 특별전이 열렸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한국적인 작품이 인상적이다. 김효정 기자 공간 Y173에선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작가의 특별전이 열렸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한국적인 작품이 인상적이다. 김효정 기자

본 전시장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성수동 Y173에선 하지훈 작가가 또 다른 특별전을 준비했다. 하 작가는 전통 유산을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가구 디자이너이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소반 100여 개를 설치하고, 산세의 형태를 현대적 물성과 결합한 ‘자리’라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디자인 의자에 앉아 명품 오디오 뱅앤올롭슨에서 나오는 명상 음악을 듣고 있으면 힐링이 저절로 되는 것 같다.

디파인 서울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와 Y173에서 11월 3일까지 열리며 하루 입장권은 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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