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08 18:36:0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으로 전면적인 직무 배제·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엄정한 수사·퇴진 로드맵 제시 등을 발표했다. 대통령 공백 기간 동안 국정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자신이 사실상 공동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날 탄핵소추안 부결의 거센 후폭풍 속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전제로 정국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당내 혼란을 수습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의 법적 근거도, 도덕적 정당성도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민심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야권은 “헌법에 정해진 대통령 직무 정지 외 어떤 주장도 위헌이자 내란 지속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 판단”이라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기 퇴진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조속한 발표를 약속하면서 일단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기관 수사가 엄정하고 성역 없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정부나 당이 그 누구라도 옹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거듭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준엄한 국민 평가와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며 당대표와 국무총리 간 회동을 주 1회 이상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별도의 담화문에서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국가 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며 우선적으로 정부 예산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총리와 한 대표의 '국정 동반 운영'을 지적하며 "윤석열은 배후 조종으로 숨어 있으면서 내란공모 세력을 내세워 내란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얼굴을 바꾼 '2차 내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대통령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이고,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한 대표가 합의한다고 해도 위헌 통치는 1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내란’이 한동훈·한덕수·검찰 합작 ‘2차 내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총리에 대해 “계엄법에 따라 총리를 거쳐 계엄 발동이 건의됐거나,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발동에 찬성했다면 중요한 내란 가담자”라며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국회가 전날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은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200석) 부족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민주당 등 야권은 “될 때까지 계속 하겠다”면서 오는 11일 시작되는 임시국회부터 일주일 단위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해 표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