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금도 주식처럼 투자… 디지털 자산이 바꾸는 자본 시장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비브릭'
소액으로 건물주 꿈 실현 가능
지난해 '비단' 베타서비스 시작
7개 금속 원자재로 장기 수익
법제화 미비로 거래 부진 한계
국회 계류 STO 법안 해 넘겨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2025-01-05 18:08:26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에 참가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 등 5개 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아시아권 대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하단 사진은 비단의 스마트폰 플랫폼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에 참가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 등 5개 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아시아권 대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하단 사진은 비단의 스마트폰 플랫폼 모습. 부산일보DB

디지털금융 플랫폼이 자본 시장에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으며 투자자들에게 색다른 투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를 비롯한 실물자산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비브릭(BBRIC)과 금속 원자재 기반의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는 서로 다른 강점으로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가 아직 시범 단계에 있어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법률 마련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젠 ‘소액 건물주’ 시대

비브릭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조각 투자를 가능하게 만든 국내 최초의 토큰증권(STO) 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은 1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도 부동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어 문턱이 낮다. 기자도 지난달 30일 오전 비브릭에서 소액 투자를 시도해 보았다.

우선 스마트폰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비브릭 앱을 내려 받아 본인 인증 절차를 완료했다. 이어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 계좌와 연동해 10만 원을 입금했다. 당시 비브릭에서 제공하는 투자 상품으로는 ‘B스퀘어 빌딩’과 ‘희원감천빌딩’이 있었다. B스퀘어는 브릭당 745원, 희원감천빌딩은 1065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기자는 약 5만 원 상당의 68브릭을 구매하려 했으나, 초기 매수 때 다섯 브릭만 거래가 성사됐다.

3일 오후 현재 이 다섯 브릭에 대한 총 평가금액은 5670원으로 수익률 56.41%를 기록 중이다. 또 배당금 80원도 입금됐다. 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소액으로도 부동산을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각 상품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이용자의 투자 성향까지 고려해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했다.

비브릭은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일환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시의 지원 아래 세종텔레콤이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2021년에 처음 공개된 비브릭은 부동산 수익증권의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의 분산원장과 예탁결제원에 동시에 기록하는 미러링 방식을 적용했다.

■‘신투자 금맥’ 디지털 금속

지난달 30일 공개된 비단의 ‘베타(시험) 서비스’는 이용자 개선 방안 등을 수렴해 오는 3월 정식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비단에서의 거래 방법은 디지털 상품 거래 플랫폼인 센골드의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통해 가능하다.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 주거래은행으로 계좌를 연동해 거래할 수 있다. 비단에서 선보이는 상품으로는 기존 센골드에서 거래됐던 디지털 자산인 △e금 △e은 △e플래티넘 △e팔라듐 △e구리 △e니켈 △e주석 등 7개 금속 원자재다.

해당 디지털 상품은 실물로 인출하거나 실물 자산의 가치에 100% 상응하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다만 등락 폭이 큰 가상자산이나 주식거래에 익숙한 ‘단타족(단기 투자족)’이 빠르게 수익을 내기란 다소 어려워 보인다. e금의 일주일간 수익률은 1.3%다. 이는 금속 원자재 등 안전자산을 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은 가격변동폭이 작아 손실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투자라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e금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7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단은 거래되는 모든 자산을 한국금거래소의 보안 금고 등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회원의 인출 요청에 즉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비단에 상장되는 STO는 금융당국에도 증권신고서가 제출된다.

■제도 마련은 여전히 하세월

다양한 투자성향의 이용자를 비브릭과 비단에 유입하기 위해선 다수의 상품이 상장·거래돼야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STO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25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토큰증권 제도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및 투자자 보호 조치를 포함한다.

이어 같은 해 1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투자계약증권 발행 및 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인프라 및 서비스 투자를 지원하는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2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휩쓸리면서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내 STO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TO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와 스타트업은 국회만 바라보고 몇 년째 적자를 감당하며 사업을 영위 중”이라며 “올 상반기에도 법제화가 미뤄진다면 업계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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