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1-06 14:52:11
2025년 새해 목표는 세웠는가. 안타깝지만 그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전체의 8%에 불과했다. 게다가 10명 중 3명은 새해 다짐을 일주일도 채 유지하지 못했다. 흔히 ‘목표 3대장’으로 불리는 운동, 금연, 공부는 매년 인간을 손쉽게 좌절시켰다.
연초부터 우울한 전망을 전하려는 건 아니다. 오늘은 새해를 맞아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야심 차게 세운 당신의 새해 다짐을 조금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줄 콘텐츠를 소개한다.
넷플릭스가 제공 중인 일본 니혼TV의 예능 프로그램 ‘나의 첫 심부름’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아 온 장수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아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혼자 심부름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아이들이 심부름을 하며 겪는 도전, 실패, 그리고 성장을 세심히 담아낸다. 보기만 해도 인류애가 샘솟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나레이션의 맛깔 나는 입담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 편의 길이는 10~20분 정도로 짧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시즌1(10편)과 시즌2(20편)를 볼 수 있다.
모든 에피소드를 볼 시간이 없다면 시즌1 8화에 등장하는 소타의 이야기를 추천한다. 소타는 아버지가 낚아 올린 생선을 횟집에 가져가 회를 떠 오라는 심부름을 맡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생에게 줄 사과와 분유도 사기로 한다.
하지만 여정은 순탄치 않다. 소타는 횟집으로 가는 길에 가방끈이 끊어지는 시련을 겪는다.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다 바닥에 떨어진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와 맞닥뜨린다. 미끌미끌한 생선을 손으로 잡는 것을 무서워하던 소타는 결국 용기를 내 생선을 가방에 넣는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오르막길에서 사과가 굴러떨어지지만, 소타는 포기하지 않고 사과를 주워 심부름을 무사히 마친다. 부모님은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한 소타의 모습이 그저 대견하다. 시즌2에서는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10여 년 뒤 다시 찾아간다. 마냥 아이 같던 출연진들은 어느새 성인이 돼 일본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새해에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의 도전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거창한 계획 탓에 쉽게 좌절한다.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도전 자체를 멈춰버리는 일도 많다.
하지만 목표로 향하는 길은 작은 성취로 만들어진다. 처음 아이들에게는 두부 한 모를 사 오는 일조차 큰 도전이었지만, 그들은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했다. 길 건너기, 물건 찾기, 지갑 꺼내기처럼 사소한 일을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프로그램 속 카메라는 실패와 성공의 잣대로 아이들을 비추지 않고 도전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을 조명한다. 꼭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 ‘경험은 복리’라는 말처럼, 작은 성취와 실패의 경험은 쌓일수록 예상치 못한 성장과 성과를 가져온다. 중요한 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자신감이다. 프로그램 속 아이들처럼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올해가 끝날 때쯤엔 한층 성장한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