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1-19 18:23:33
지역이 키운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를 논의하기 위한 부산시와 대한항공 회장의 회동이 계속 미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에 성공한 대한항공이 두 항공사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 작업을 가속화(부산일보 2024년 12월 30일 자 8면 등 보도)하면서 에어부산이 사라질 우려가 현실화되자 지역 민심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시와 대한항공은 지난달 중하순 회동을 갖고 에어부산 부산 존치를 위한 통합 LCC 부산 유치 등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무 협의 등을 이유로 설 명절 전후로 회동이 미뤄졌고, 이후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의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설 연휴 전 회동은 또다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이후 지역 거점항공사 존치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 LCC 본사 유치가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며 “대한항공 측과 실무협의를 끝내고 조만간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와 지역 상공계, 시민사회로 구성된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를 위한 총괄 태스크포스(TF)는 지속적인 실무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회동 날짜를 확정짓겠다고 했지만 대한항공이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시와 대한항공 회장의 회동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 LCC 통합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오는 3월 예정된 에어부산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지난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에어부산 신임 대표이사에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상무)을 선임했다. 영업본부장에 송명익 전 대한항공 기업결합 TF 총괄팀장(상무), 기타비상무이사에 서상훈 재무 컨트롤러 담당(상무)을 선임했다. 대관업무를 포함한 경영지원 부문 총괄 겸 경영본부장에는 임수성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을 앉혀 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우기홍 부회장)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송보영 부사장), 진에어(박병률 전무), 에어부산(정병섭 상무), 에어서울(김중호 수석부장) 순으로 각 계열사 체급에 맞춰 대표 서열을 명확히 했다. 진에어 중심의 LCC 통합작업 의지를 보여준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역 사회는 에어부산 부산 존치를 요구하며 시가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확보에 보다 적극 나서줄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앞서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조속히 만나 부산 시민들의 의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총괄 TF에도 참여 중인 부산시민운동본부 박재율 대표는 “대한항공과 수차례 실무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뚜렷한 일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통합 LCC의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운영 방침을 조속히 내놓을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일부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신임 임원진 퇴진 운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시민공감과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20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 출신 신임 대표·임원진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에어부산 지분 16.15%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선임에 동의한 시와 지역 상공계도 비판했다. 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부산시민의 자부심이자 자산인 에어부산은 물론 가덕신공항의 운명을 수도권 중심의 대한항공에 맡길 수 없다”고 소리높였다.
새로운 항공사 ‘부산에어(가칭)’ 설립 방안에도 힘이 실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시정평가대안특별위원회 최인호 위원장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대한항공 출신의 임원진 교체를 강력 비판하는 한편 “에어부산 분리 매각과 통합 LCC 부산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지역 거점 항공사 확보를 위해 부산의 힘으로 새로운 항공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