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02-10 18:30:37
“어딜 가나 함께 다니며 늘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오랜 친구 같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인 대만 타이난의 아시아태평양야구센터에 유독 다정한 두 외국인이 눈에 띈다. 훈련은 물론이고 식사를 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도 늘 함께 한다. 마치 오랜 친구 같은 이들은 롯데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9)와 터커 데이비슨(28)이다. 4년째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반즈가 시간날 때마다 데이비슨에게 이것 저것 알려준다. 한국 야구부터 문화, 음식 등 얘기꺼리가 다양하다. 반즈 덕분에 데이비슨의 한국 적응이 순조롭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반즈는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반즈는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밤 늦게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해 자정을 넘겨서 타이난 숙소에 도착했다. 타이베이 공항에서 숙소까지 차량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코칭스태프는 반즈에게 훈련 첫날 휴식을 지시했지만, 반즈는 시간에 맞춰 훈련장에 나와 가볍게 훈련을 소화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의지가 읽혔다. 반즈는 불펜 투구에서도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전력 투구가 아니었는데도 반즈의 공은 묵직하고 힘이 있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몸 관리를 잘했다는 증거였다. 반즈는 “현재 몸 상태가 아주 좋다. 스프링캠프 첫날 시차 적응 때문에 좀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며칠 지나고 나서는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반즈를 붙잡기로 마음을 굳혔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실종’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반즈가 필요했다. 롯데는 반즈와 재계약 당시 애가 탔다. 재계약을 앞두고 반즈의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즈는 롯데의 적극적인 ‘구애’에 잔류를 선택했다. 총액 150만 달러(약 21억 7000만 원)을 받는 반즈는 “롯데에 남는 문제는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팀에서 내가 굉장히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제안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롯데의 적극적인 구애는 지난 3년간 반즈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반즈는 KBO리그 데뷔 첫해인 2022시즌 31경기에 출전해 186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62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2년 차인 2023시즌에는 30경기에 나서 170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8로 1선발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한 달 넘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150과 3분의 2이닝 동안 9승 6패, 평균자책점 3.35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KBO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7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좌승 사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반즈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동료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 준비 잘 해서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에 가자고 했다. 반즈는 “롯데팬들을 위해서라도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위해 준비 잘 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올해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선발 투수의 활약을 꼽았다. 그만큼 선발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다. 롯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투수가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슨이다. 스프링캠프 합류 후 데이비슨의 첫 불펜 피칭을 본 코칭스태프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100% 전력으로 던지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실전에서 어떨지 봐야겠지만 불펜 피칭 공 자체는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데이비슨의 투구를 30개 정도 받아 본 포수 정보근도 “데이비슨이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았지만 공이 묵직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인 데이비슨은 신장 188cm, 체중 97kg의 체격을 가진 왼손 투수이다. 지난 201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데이비슨은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담금질을 한 뒤 2020년 빅리그에 진출했다. 빅리그 통산 56경기에 등판해 4승 10패, 평균자책점 5.76의 성적을 거뒀다.
데이비슨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빅리그에 출전한 경기는 얼마되지 않지만,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있다. 애틀랜타 소속이던 202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때 ‘깜짝 선발’로 등판해 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그해 소속팀 애틀랜타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데이비슨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는 영예를 누린 것이다. 롯데는 데이비슨의 우승 DNA가 확산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롯데 관계자는 “데이비슨이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으니 그 DNA가 우리 팀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이비슨은 “나의 우승 DNA가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야구는 처음이라 반즈에게 많이 묻고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반즈와 데이비슨으로 ‘좌완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이들이 올 시즌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타이난=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