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5-02-11 18:14:41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우울증을 앓던 교사가 흉기로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가해 교사가 여러 차례 병가를 사용한 데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학교와 교육 당국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차츰 드러나면서, 교원 관리 대책은 물론 학생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방과 이후 학생 보호 대책 등을 즉각 발표하며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1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원 휴직·복직 관련 예규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에 질병 휴직 중인 교원 복직 여부는 본인이 제출한 병원 진단서 소견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진단서에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사 판단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복직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난 10일 범행을 저지른 40대 여교사 A 씨가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초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에 돌연 복직했는데,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병가를 반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초등학교는 A 교사가 동료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여 재차 휴직을 권고했으나 재휴직은 성사되지 않았다. ‘질병 휴직은 2년 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교육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재발 사유가 있으면 동일 병명으로도 휴직에 들어갈 수는 있다”며 “가해 교사 재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학교에 회신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운영 중인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이 교직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구다. 대전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질환교원심의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2021년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 관련, 교육 당국의 부적절한 후속 대처도 문제로 꼽힌다. A 교사는 지난 5일 학교 컴퓨터를 부수고, 6일에는 동료 교사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감이 구두로 주의를 주는 데 그쳤고, 지난 10일에야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를 파견해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가해 여교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없었다.
부산시교육청은 11일 부산 304개 초등학교에서의 방과 이후 학생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사고가 학교 일과 이후 벌어진 상황임에 주목하고, 방과후 학교 근무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2월 기준 오후 6시 이후 학생이 남아 있는 학교는 65곳이며, 이 중 근무자가 한 명뿐인 60곳에 학생의 귀가를 도울 안전도우미를 한 명 더 배정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11일부터 안전도우미가 선정될 때까지 교장이 지정하는 직원을 추가 배치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의 이동 상황을 알려주는 ‘알리미 시스템’도 확대 시행하고, 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 등에 대한 힐링 프로그램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