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4-28 10:18:32
대한가정의학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일차의료 강화’에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했다. 국회의원들과 국내 학계의 관심은 물론 ‘한국의 일차의료 강화와 의료계 지원’을 촉구하는 국제 공동성명문이 채택되면서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무너져가는 지역 의료를 되살리자는 대한가정의학회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WONCA 아시아태평양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24~27일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세계 40여 개국 1500여 명의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선 고령화를 비롯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후위기 등 다양한 글로벌 보건 의제가 논의됐다.
특히 지난 26일엔 대한가정의학회 주도로 한국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일차의료 강화 필요성과 관련 법안 제정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특별 정책 세션이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세션에서 남인순 국회의원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 개혁을 위한 일차의료강화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요한 국회의원은 전공간 벽을 허물 수 있는 ‘통합의학과’를 제안했다. 서울대 정은경(전 질병관리청장) 교수와 조비룡 교수는 연사로 참여해 법률과 해외 사례를 토대로 일차의료 기반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세계가정의학회(WONCA) 아시아태평양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22일 국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일차의료 서비스는 건강 형평성 증진과 의료비 절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예방 중심 진료와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 서비스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협의회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일차의료 강화·투자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하면서 “가정의학은 세계 모든 국민의 건강을 위한 필수 기반이며, WONCA는 일차의료 강화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함께 한국 의정 갈등을 언급한 협의회는 “더 나은 국민 건강을 위해 개방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앞서 2022년 국민주치의 원년을 선포하는 등 국민주치의를 통한 일차의료 강화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7개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민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비율은 2023년 현재 63.9%에 이른다. 천식 등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OECD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체게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의료비 지출 증가를 억제하고 만성질환 관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일차의료기반의 보건의료 체계가 필수라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 △양질의 주치의 △일차의료팀 △가치기반 수가 △의료기술을 언급한 대한가정의학회는 일차의료강화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가정의학회 한성호(동아대 교수) 회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일차의료가 우선 강화돼야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며 “무너져가는 지역 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