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비엔날레 개최 도시 경험이 큰 잠재력”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 설립자 에밀리오 알바레즈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4-28 15:53:52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 설립자 에밀리오 알바레즈. 김은영 기자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 설립자 에밀리오 알바레즈. 김은영 기자

“‘루프 랩 부산’ 프로젝트는 도시 전체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기술 면에서 발전하는 나라여서 이런 일을 하기에 완벽한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여전히 미디어 아트페어를 낯설어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적응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루프 랩 부산’의 모델로 알려진 스페인의 ‘루프 바르셀로나’(Loop Barcelona) 공동 설립자인 에밀리오 알바레즈는 부산의 디지털·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성장 가능성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기에 도시 규모도 중요한데, 무엇보다 부산은 유명한 필름 페스티벌(부산국제영화제)이 있고, 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등)도 개최하는 등 이미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이다.

실제 에밀리오는 부산과 서울, 어느 도시와 손을 잡을지 고민했지만, 최종적으로 부산과 협력하기로 정했다. 10여 년 전 인연이 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이 한국에서도 이런 걸 해 보면 좋겠다고 한 것이 첫 번째 계기였고, 지난해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을 때 비전을 확인한 것도 결정에 한몫했다.

2003년 세계 최초의 비디오 아트와 아트 필름 전문 아트페어로 출범한 루프 바르셀로나는 20여 년간 유럽에서 ‘무빙 이미지’(Moving Image) 분야를 이끌어 온 중요한 플랫폼이다. 루프 페스티벌은 바르셀로나 전역의 갤러리와 미술관 등과 협력해 전시, 상영, 라이브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작업을 선보이고, 비디오 아트에 초점을 맞춘 페어를 개최하며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2012년부터는 루프 스터디즈 섹션을 새로 마련해 토크, 전문가 미팅, 워크숍 등의 기획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최근에는 연구와 출판 부문을 강화해 <나에겐 언젠가 비디오 작업을 산 누군가를 아는 친구가 있어: 비디오 아트 수집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페스티벌은 기간이 다소 길지만, 아트페어와 포럼은 특정 시기에 몰아서 개최합니다. 100여 개의 객실이 필요한데, 이때는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을 통째로 빌리기도 합니다. 마치 크루즈를 탄 것 같다고 할까요? 컬렉터와 큐레이터, 그리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미디어 아트를 심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게 됩니다.”

이런 연고 때문일까, 루프 바르셀로나는 바로셀로나와 카탈루냐 주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아트페어 역시 비즈니스 활성화 명목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 설립자 에밀리오 알바레즈. 김은영 기자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 설립자 에밀리오 알바레즈. 김은영 기자

올해 처음 개최한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는 판매 성적이 좋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낙관적이다. “미디어아트는 시간 기반입니다. 영상을 본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어서 흔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페어를 호텔 룸에서 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갤러리 입장에서 매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는 거죠. 다른 한편으론 박람회장 부스 사용료보다 호텔이 저렴하고, 디지털 미디어아트 특성상 큰 짐이 없어서 편리합니다. 덕분에 휴양지에 오듯, 좋은 자연경관을 누리면서 갤러리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게 되는 겁니다. 하루하루가 매직 같습니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사실 미디어아트 주 고객은 전 세계의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BMA 미술관 포럼에 참석한 큐레이터들이 미디어아트 경향을 보고 싶다고 해서 디너를 마친 뒤 갑자기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아트페어를 다시 열었습니다.”

루프 랩 부산 전시만 해도 부산 전역의 26곳에서 동시다발로 개최되지만, 작품은 수년에서 수십 년 전 제작된 작품이 대부분으로 미술관 소장품이 주를 이룬다. 그에 비해 아트페어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제작된 게 많다. 형식은 아트페어이지만, 관객 입장에선 비엔날레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말도 그렇게 나왔다.

누가 이런 미디어아트 작품을 사는지도 궁금했다. 그러자 에밀리오는 “55% 정도가 기관이고, 나머지는 개인인데, 차이점은 개인은 투자로 사는 게 아니라 좋아서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반 회화나 설치 작품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컬렉션이 가능해서 미술관이 많이 사면서 미디어아트 발전에 기여하게 됐다.

루프 랩 부산에 특별히 당부할 말은 없는지 물었다. 이 대목에선 말을 많이 아꼈다. 하지만 개막 전후로부터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24~26일 열린 아트페어 등을 지켜본 바로는, 관련 기간의 업무 분장이 잘 안 이뤄지고, 일반 시민 홍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행사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루프 랩 부산 연계 전시는 오는 6월 말까지 대부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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