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06-13 12:56:54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부산시가 답사차 어시장을 찾았지만, 어시장의 제지로 1시간가량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부산시가 어시장이 요구하는 사안들에 대해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데, 부산시는 현재로선 예산과 공사기간 등의 문제로 어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어시장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시 건설본부와 기술심사팀 직원들 10여 명이 설계안 심사를 위한 현장답사차 지난 12일 오후 5시께 서구 남부민동 어시장을 찾았으나, 어시장 측의 제지로 1시간가량 대치하며 들어갈 수 없었다. 어시장 측은 시공 단계에서 부산시가 어시장이 요구하는 설계안 반영 등에 대해서 거부하면서, 현장 답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부산시 측은 어시장 담당 직원과 15분가량 짧게 어시장을 보고 떠났다.
총사업비 2361억 원(국비 70%, 시비 20%, 어시장 10%)이 투입되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서구 남부민동 부지에 연면적 6만 1971㎡(지하 1층~지상 5층)의 신축 건물을 건립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달 현대화 사업 공모 입찰이 마감됐으며, 3개 건설사가 참여해 입찰 참가자 자격 등록, 설계안 등을 제출했다. 시는 이들이 제출한 설계안에 대한 기술심사를 진행하는 과정 중 하나로 지난 12일 어시장 현장을 찾았다.
어시장은 냉동공장과 업무시설 확충 등 시공에 대한 요구를 부산시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시장 측은 2015년 6월 당시 부산시와 어시장 등이 맺은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추진에 관한 협약서’를 근거로 들었다. 협약에서는 설계서 작성 시 어시장에서 제시한 의견을 상호 협의해 설계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시장 측은 냉동공장과 업무시설이 크게 줄어들었고, 가공시설과 관광시설도 설계에 빠져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어시장 현대화 사업 공모 입찰이 마감됐으며, 부산시가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의 기술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설계안 변경은 불가하다. 이러한 점에서 어시장 측은 현대화 사업에 차질을 주려는 게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거듭 경계했다.
정연송 어시장 대표이사는 “설계안을 변경하면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대신 일부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으로 공사를 진행해, 그 예산을 냉동공장과 업무시설에 투입하면 된다. 시공 과정에서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실수요자인 어시장이 추전하는 인사를 기술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한 사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측은 어시장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총사업비 범위 내에서 현실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시장의 요구를 수용해 예산을 다시 검토하게 되면 국비가 삭감되는 등 아예 현대화 사업 자체가 지연·무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어시장의 요구를 다 반영하면 좋겠지만,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보니 예산의 사용처가 다 정해져 있다. 한 곳에서 아낀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공, 관광시설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을 발굴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시공사 선정 후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어시장 측과 충분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 참여 요구에 대해서도 부산시 기술심사팀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기술에 관한 부분을 심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시장이 추천하는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킬 명분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는 3개 건설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 심사를 거친 후 다음 달 최종 설계안을 선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