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차는 즐거움에 푹 빠진 부산 ‘골때녀들’

여성 풋살의 매력
TV프로 기폭제 3년 째 인기 가도
부산도 관심 커지면서 인구 확대
구별 3~4개 팀, 매년 증가 추세
연령대 다양화, 50~60대도 참여

“스트레스 해소, 삶에 긍정적 변화
재미 뿐만 아니라 팀워크 귀한 경험”
속도감 있는 온몸 스포츠인 만큼
부상 위험 늘 유의하고 대비해야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2025-08-09 15:00:00

여자 풋살팀 ‘치코리타’. 정종회 기자 jjh@ 여자 풋살팀 ‘치코리타’. 정종회 기자 jjh@

퇴근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 더위가 식지 않은 경기장에 운동복을 갖춘 그녀들이 속속 등장한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도 잠시. 몸풀기를 한 뒤 곧장 경기장으로 뛰어든다. 공에 쏠린 눈길엔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고 실수로 얼굴도 붉히지만 발에서 공을 결코 떼지 않는 그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기폭제가 돼 급부상한 여성 풋살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생활체육의 한 축 ‘우뚝’

실내 축구, 미니 축구 등으로 불리는 풋살은 골키퍼를 포함한 5명이 한 팀을 이룬다. 축구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입문하기 쉬워 운동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성 풋살 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엔 생활체육의 한 축이 됐다. 수도권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부산에도 팀이 제법 꾸려졌다. 부산풋살연맹 송재화 회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도 각 구별로 3~4개 팀 정도 활동한다”며 “여성 풋살 인구는 매년 느는 추세며, 연령대도 한층 다양해지면서 50~60대도 풋살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여성 풋살의 저변을 이끌고 있는 두 팀을 만났다. 전국 대회 우승을 휩쓸고 있는 ‘이든FS’, 풋살 초보들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치코리타FS’가 주인공이다.

이든FS는 일회성이 아닌 ‘소속감을 갖고 대회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김서영(29) 씨와 허예리(31) 씨를 중심으로 지인들이 모여 지난해 9월 전격 결성했다. 팀명 ‘이든’은 과거 대회에 함께 나간 친구 자녀의 이름에서 따왔다. 많게는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부산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어반풋볼, MBC경남 전국풋살마스터 2025 등 전국대회서 우승을 거머쥐며 부산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 “부울경 제패에 그치지 않고, 수도권 강팀들과 대결하며 팀을 키우고 싶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만화 포켓몬의 캐릭터에서 이름을 딴 치코리타FS는 직장동료와 함께 할 운동을 찾다 여성 풋살 광고에 끌려 입문한 이하정(35) 씨가 주축이 됐다. 초보자들끼리 뭉쳐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지난해 4월 정식으로 치코리타FS를 창단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지향하며 초보자에게 문을 활짝 열어둔 덕에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창단한 그해 전국 대회에서 16강에 오르며 초보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 축구선수 출신 전문 코치 김예지(32) 씨를 초빙한 이들은 ‘1승’에서 ‘우승’으로 목표를 끌어올렸다.


지난 4월 열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풋살대회에서 우승한 이든FS. 이든FS 제공 지난 4월 열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풋살대회에서 우승한 이든FS. 이든FS 제공

 

팀워크·스트레스 해소 ‘매력’

이들은 풋살의 매력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실수를 감당하고, 동료를 도우며 팀워크를 완성하는 풋살이야말로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키우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든FS 허예리 주장은 “팀을 위한 패스, 움직임, 판단이 합쳐져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치코리타FS 소속 유귀연(31) 씨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다같이 하는 운동’이어서 더욱 돈독해진다”고 강조했다.

풋살을 통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든FS 김서영 회장은 “퇴근 후 공을 차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치코리타FS 이하정 주장 역시 “처음엔 3분만 뛰어도 힘들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부상도 이들의 풋살 사랑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이든FS 소속 박은서(27) 씨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서도 필드에 나섰다. 동료들과 같이 뛰고 싶어서였다. 다리나 발목을 다치고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팀원들도 부지기수다. 치코리타FS 소속 유예빈(27) 씨는 “풋살도 몸싸움이 많다보니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의외로 손가락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소통하며 같이 뛰는 게 좋아 다시 뛴다”고 웃음지었다.

이들은 여성 풋살의 저변 확대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제안하기도 했다. 풋살장 대부분이 외곽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남성팀 위주로 장기 대관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발목·무릎 부상 위험 ‘조심’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만큼 풋살 역시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부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발목 관절이 꺾이면서 인대에 손상이 생기는 발목 염좌가 대표적이다. 가벼운 통증은 찜질 등으로 호전되는데, 발목 인대 일부나 전체가 찢어지면 통증과 부종, 멍을 동반하는 물론 걷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 발목 피로골절도 생길 수 있다. 쉬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무릎이 앞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는 전방 십자인대 손상도 빈번하다. 무릎이나 발목 관절 주변에서 ‘뚝’하는 느낌이 들거나 소리가 났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해당 관절을 잘 살펴야 한다. 관절을 움직이기 어렵거나 걷기 힘들면 인대 파열을 의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예지 코치는 아마추어의 경우 몸싸움보다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동작으로 인한 부상이 많다고 했다. 혼자 발을 헛디디거나 방향을 틀면서 부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풋살을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히 체력을 단련하고 바디밸런스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며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 후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에서 여성 풋살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각 구군체육회에서 운영 중인 여성특화체육교실에서 기초를 배울 수 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 참여하고 싶은 동호회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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