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2026-09-14 18:19:10
해양수산부 신청사와 HMM 본사가 들어서며 해양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할 부산항 북항 재개발 부지. 김종진 기자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부산이 해양수도라는 법적 명칭을 갖게 됐지만, 진정한 해양수도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전략과 실행계획을 명시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시민사회와 해양수산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산이 서울에 준하는 특별시 권한을 갖고 부산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행정·재정적 특례와 독자적 통상·외교 권한을 가질 때, 해양수산 관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부산을 찾아오는 글로벌 해양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양수도 특별법은 정주여건 중심
14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부산해양수도특별법)’을 통해 부산은 국가 해양 거점 도시 즉, 해양수도라는 법적 명칭을 갖게 됐다.
부산해양수도특별법은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및 해양 관련 기업의 부산 이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부산의 해양수산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완료하는 근거가 됐다. 실제로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8~19일 부산 동구 임시청사 등으로 이사하며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이 특별법은 부산으로 이주해온 직원에 대한 정주 여건(주택 특별공급,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 취득세 환급, 실비 수준의 이사비용 및 한시적 이주지원비 지급), 교육 및 자녀 지원(이주 직원 자녀의 전입학 불이익 방지 조치, 학업 및 출산·양육 지원), 교통·복지·문화·교육 등 인프라 조성 등에 집중돼 있다.
일부 해양특화지구에 이전하게 될 기관 및 기업에 대한 특례·지침, 국유재산 사용 특례 등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행정적 지원 제공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포함됐지만, 사실상 부산 이전 기관 및 기업 지원 특화 법률인 셈이다.
■수도 걸맞는 실질적 권한 근거 필요
이에 따라 해양수도라는 이름에 걸맞는 지위와 권한을 명시한 별도의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해양수도 부산이라면,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권 및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 변경, 국무총리 직할 기구로의 지정, 전폭적 행정·재정적 특례, 자치 조세권과 독자적 통상·외교권 부여 특례 등의 권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 공식 출범한 전남광주특별시는 서울시와 동일한 자치단체로 부상하며 특별법에 따라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부시장 4명을 둘 수 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공동대표는 “광역시는 위임 사무에 한해 주무 부처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지만, 특별시는 국무총리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면서 “해양수도라면 자치법상 특별시 대우는 물론 행정·재정 특례를 보장받고 국무총리 직할 등의 격상된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2명의 부시장 체제를 확대해 해양부시장, 해양정책관 등을 설치하고 부산시 전체 예산 대비 1% 수준인 해양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시민사회는 부산 등 동남권의 해양수산 전략산업 육성과 북항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양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실질적인 제도와 혜택, 규제 철폐 등이 필요하며, 이를 지원할 별도의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오히려 앞서 민선 8기 부산시가 추진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설치, 투자진흥지구 지정권, 다양한 분야의 행정·재정·특구 지정권 관련 조항들을 포함한 도시 거점화 특례 법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기존 특별법 보완·메가특구도 방법
앞서 지난달 5일 기존의 부산해양수도특별법에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 및 지원’ 내용을 덧붙여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은 특별법 제정 여론에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곽 의원은 “그간의 특별법 제정 실패 사례를 보면, 부산 해양특별시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은 법안을 한꺼번에 추진했던 게 문제였다”면서 “이보다는 가능한 것 중심으로 우선 추진 후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하는 게 더 맞는 전략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개정안에는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운영 △대학·연구기관 등 협력체계 구축 △디지털 해양산업 육성 및 혁신지구 기업 지원 △외국인 투자유치 및 글로벌 협력체계 조성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산업통상부가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힌 가칭 ‘메가특구 특별법’을 부울경 동남권에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메가특구 특별법은 300여 개 규제 특례를 담아, 지역주도 성장 전략을 본격 지원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거론되는 특별법이지만, 지역주도 성장 전략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부울경 등 동남권도 특구 지정 및 특별법 수혜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 “해양 비즈니스 중심지 부산과 친환경 에너지 허브 울산, 항만물류 및 제조업을 가진 경남을 아울러 해양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전략 산업 육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 학계 관계자도 "부울경이 세계 도시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도시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와 산업 육성, 인재 교류 등 지역의 성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외교, 통상, 조세 관련 권한을 일부라도 넘겨받아 자율성과 책임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정부가 해양수도권 구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