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를 지켜달라'...148명의 감독,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2016-03-24 15:52:27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이번에는 감독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1995년 제1회부터 지금까지 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상영했던 148명의 감독들은 위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훼손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보장을 주장했다.
 
‘한공주’ 이수진 감독, ‘소셜포비아’ 홍석재 감독, ‘카트’ 부지영 감독, ‘스틸 플라워’ 박석영 감독, ‘산다’ 박정범 감독, ‘혜화, 동’ 민용근 감독 등 약 20명의 감독들은 24일 오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의 부산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날 진행을 겸한 김조광수 감독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던 감독들이 이렇게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이 자리에 나왔다고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 ‘소통과 거짓말’로 지난해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승원 감독은 “예술은 짓밟힐수록 더 강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절망적일 때 우리는 희망을 보고, 모든 감독님들이 전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감독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기억을 들춰내며 부산영화제의 정상화 지지를 촉구했다. 또 부산영화제를 이 사태로 몰아넣은 부산시에 대한 날 선 비판도 가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동원 감독은 “즐거운 추억이 많은 영화제인데, 영화 하나 때문에 휘청거린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제발 영화제를 정상화시켜주길 부탁하며 올해 영화제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장편 데뷔작이 2006년 상영됐다. 올해 딱 10년째”라며 “10년 전에는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해서 영화제를 키워야 한다는 인지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함께 키워왔던 영화제를 개인에 의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게 슬프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들꽃’ ‘스틸 플라워’ 등을 연출한 박석영 감독은 “아직도 표현의 자유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없다”며 “영화는 작은 사랑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그 사랑을 부산에서 너무나 많이 받았다. 제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2008년 장편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통해 부산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부지영 감독은 “첫 영화를 부산에서 상영하면서 관객들과 나눴던 교감, 소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런 지지와 환대가 영화를 만드는 힘이 됐다”며 “이렇게 많은 추억과 기억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참담하고, 통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건 어떤 것도 해칠 수 없는 본질적인 것”이라며 “우리를 다시 살 찌울 수 있는 자산으로 남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공주’ 이수진 감독은 “서병수 시장이 기자회견에 ‘도대체 부산영화제가 누구의 영화제’라는 물음을 던졌는데, 이간질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부산영화제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의도는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물어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제1회 때 중학생으로 영화제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린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은 “걱정되는 건 영화를 만들고 있는 분들, 새로운 영화를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 모두 그런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잘 마무리돼서 영화제가 더 건강하고, 멋있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조광수 감독은 “148명의 감독들은 부산영화제를 지키고 싶다는 한결같은 바람으로 함께 했다”며 “부산시는 더 이상 부산영화제에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감독들은 부산영화제가 보다 나은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지켜낼 것”이라고 맺었다.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은 2014년 '다이빙벨' 상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영화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했다. 이후 시와 영화제는 계속 갈등을 이어왔고, 최근 부산시는 영화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영화인들 역시 지난 2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포함한 9개 영화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율성을 침해할 경우 영화제 보이콧을 결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모인 감독들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마음이 한 뜻으로 모여야 할 때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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