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희곡·시나리오 심사평] 읽으면 읽을수록 더 다양한 사고 불러와

2024-12-31 17:26:36

왼쪽부터 김문홍 극작가, 김남석 연극 평론가 왼쪽부터 김문홍 극작가, 김남석 연극 평론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넘기는 시점에서, 111편에 달하는 희곡과 시나리오가 투고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극 장르의 특성상 희곡·시나리오에는 우리의 현실과 세상을 닮은 공간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 안의 세상 역시 조용한 태풍을 간직한 곳이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메리 고 라운드’, ‘수족관’, 그리고 ‘핑크색 옷은 절대로 입지 않아요, 돼지의 스킨색이니까’였다. ‘핑크색…’은 시멘트 교반기를 통해 인간의 개조와 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질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경우였다. 다만 작품이 겨냥해야 할 궁극적인 의미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성숙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메리 고 라운드’와 ‘수족관’은 깔끔한 대사와 대담한 터치가 신인답지 않은 유연함을 보인 경우였다. 특히 ‘수족관’은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대사의 기능이 확연하게 발휘된 경우였다. 하지만 ‘메리 고 라운드’의 구조적 안정감과 언어의 윤환성이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작품 모두 당선작으로서는 손색이 없었으나, 현장 대본으로서의 특성이 강조된 ‘수족관’에 비해 정통적 극작술과 희곡적 짜임새가 앞세운 ‘메리 고 라운드’가 더 안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하겠다. 비록 ‘수족관’이 이번 심사의 최종 영예를 안지 못했으나, 공연 대본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 주었다고 하겠다.

‘메리 고 라운드’는 여러 차례 읽으면 더 다양한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폭을 동반한 희곡이었다. 앞으로 극작가로서 활동할 때, 희곡의 구성과 사유의 폭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 물러나야 했던 경쟁자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시국이 인정되고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가 다시 이 땅에서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김문홍 극작가·김남석 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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