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양자 대결’ 조사…가시화되는 조기 대선 경쟁

불확실성 속 탄핵 인용 예상, 가상 양자대결 결과 속속 공표
여권서 김문수·홍준표·오세훈·한동훈·유승민 등 각축전
야권은 독주 이재명 한계론 속 비명계 급속 결집 중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5-01-26 16:52:14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심판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 속에도 여야의 시선은 점차 ‘조기 대선’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 속에 여권에서는 대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고, ‘이재명 일극 체제’의 야권도 이 대표의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이들 여야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대선 기류는 최근 잇따르는 여론조사를 통해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다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차기 대권 구도는 이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여러 여권 주자가 뒤쫓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P))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 대표(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2%) 순이었다. 특히 여야 후보의 ‘1대 1’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와 나머지 국민의힘 후보 간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는 결과가 잇따라 도출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1∼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6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선 이 대표가 37%, 김 장관이 29%로 8%P 앞섰다. 이 대표는 다른 여권 주자들과의 대결에서도 이 대표 37%·오 시장 28%, 이 대표 38%·홍 시장 28%, 이 대표 37%·한 전 대표 23%로 앞섰다. 반면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에선 김 장관이 46.4%, 이 대표가 41.8%로 보수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YTN이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자 대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이 대표는 오 시장, 홍 시장과 각각 41% 동률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지만,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계엄 여파에 움츠리던 잠룡들이 벌써부터 각축전에 돌입했다.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고, 오 시장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잠행 중인 한 전 대표도 내달 중에 행보를 재개할 전망이다. 김 장관의 경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조만간 가시적인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주자들의 경우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강성 지지층의 선호와 중도층 확장성을 두고 각 후보의 입장과 장단점이 선명하게 나뉘는 편이다. 이 때문에 현재 강성 후보로 한껏 쏠린 보수 지지층의 표심 변화, 이 대표 독주 체제인 민주당 대권 구도의 변동이 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은 현 시점에서 여론조사는 사실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가 장악한 당의 권력 구조상 이 대표 외에 뚜렷한 대권 경쟁자가 없었지만, 최근 이 대표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비명계 주자들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이 대표는 중도층 포섭을 위한 최근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권 능력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안티층’이 두터운 데다 3월 말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결과까지 대선가도에 난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잠재적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들 비명계 주자들은 야당에 유리한 대통령 탄핵 정국인데도 여당에 추격을 허용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틈을 파고들며 일제히 이 대표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24일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설립한 ‘일곱번째LAB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고, 김 지사 역시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다.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이 대표 체제를 직격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제1당인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봐야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비명계 총선 낙선·낙천자 중심 원외 모임인 ‘초일회’는 다음 달 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현 정국을 토론하는 간담회를 하고, 이후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를 차례로 초청해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가 워낙 강고하지만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는 민심이 절반 이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결과마저 1심과 비슷하게 나올 경우, 당의 대선 경선 구도는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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