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1-25 16:00:00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여객기가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부터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에 새들이 있다고 대화를 나눈 후 얼마 있지 않아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됐으며 이는 조종사들이 메이데이를 선언하기 전이었다. 이처럼 블랙박스 기록이 매우 일찍 중단돼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1월 25일 오후 1시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또 예비보고서를 사고 발생 30일째인 1월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관계국(미국 프랑스 태국)에 송부하고 사조위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예비보고서는 조사 초기 확보한 사실 정보를 신속히 ICAO 등에게 전파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고서를 말한다.
사조위는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해 항공기 잔해 조사, 주요 부품·기체와 엔진 조사, 드론 촬영을 통한 잔해 분포도 작성, 시료 채취 및 운항·정비 자료 확보 등에 집중해 왔다.
또 현재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 및 프랑스 사고조사당국(BEA)과 협력해 합동으로 사고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와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며, 이는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는 항공기가 방위각 시설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부터 블랙박스 자료의 기록이 중단됐다.
먼저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 43초 항공기는 무안관제탑과 착륙을 위해 첫 교신을 했다. 이 때 관제탑은 활주로 01로 착륙허가를 내렸다.
오전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은 항공기에게 조류 활동 주의 정보를 발부했고 58분 11초에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를 나눴다.
이후 58분 50초에 FDR 및 CVR 등 블랙박스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58분 56초에 항공기 복행 중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을 실시했다.
이후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반대편 방향인 활주로 19로 착륙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 후 활주로에 접근했으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을 했다. 여객기는 9시 2분 57초에 활주로를 초과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와 충돌했다.
사조위는 항공기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공항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서 확인했고 엔진조사 중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다. 이를 국내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으로 파악됐다.
사조위는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으며, 엔진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분해검사를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조위는 보다 전문적인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 영향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박스 2개는 각각의 엔진으로부터 동력을 전달받는다. 현재로선 조류충돌로 인해 두개의 엔진이 동시에 꺼진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박스는 엔진이 꺼지더라도 보조배터리로 동력을 받을 수 있는데 2018년 이전 생산된 비행기에는 보조배터리가 없어 블랙박스가 동시에 먹통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블랙박스 두 종류가 사고 직전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 기록이 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이 되지 않고 추정 가능한 원인에 대한 설명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