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01-26 18:31:32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지역 주요 현안들이 정쟁 소용돌이에 휘말려 외면받으면서 시민들 한숨만 커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 핵심 사업들은 줄줄이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이 있다. 부산을 특구로 지정,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KDB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바꾸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은법의 경우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으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지며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 시급한 처리를 요하는 여러 현안들도 국회 마비 상태로 인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는 “그나마 가덕신공항이라도 정상 궤도에 올려놨기에 망정이지 미래 먹거리가 하나도 없는 도시가 될 뻔했다”는 조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부산의 명운이 달린 주요 사업들이 답보 상태이지만 문제는 이를 타개할 지역 정치권의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각개전투로 윤석열 대통령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횡포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지역 여권 인사들의 논리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 국면에서 이들 법안들의 처리를 호언장담했던 것을 믿었던 시민들은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부산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에서 만난 20대 청년 A 씨는 “부산의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내겠다고 약속했던 부산 국민의힘이 지금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 야권도 이로부터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민주당은 국회의원이 1명에 불과, 지역 여권이 민주당 중앙당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산 민주당 또한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주력하는 등의 행동만 반복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다 비상계엄을 거치며 높아진 지지율에 고무돼 부산에서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이미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했다는 점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부산진구 서면에서 만난 40대 B 씨는 “분명 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잘못된 행동을 했고 국민의힘이 이를 옹호하고 있어 다음 선거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양상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부산 민주당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결국 지역 현안에 여야는 없다고 약속했던 부산 정치권이 설 이후 타개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의 장기화된 경기 침체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역 여야가 부산 살리기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