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01-29 17:35:32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 달 만에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로 김해국제공항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화재 이후 항공기 지연과 결항이 잇따르고, 공항을 찾는 이용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10시 26분께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발생 1시간 5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꺼졌다. 기체는 반소됐지만 다행히 불길이 덮치기 전 탑승자 전원이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해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29일 오후 5시 기준 경상자는 총 7명(탑승객 3명·승무원 4명)으로 확인된다.
사고 여파로 설연휴에 대인파가 몰린 김해공항은 더욱 큰 혼선을 빚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계획된 항공편 143편 중 15편이 지연됐다. 에어부산은 42편 중 4편이 결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가 보조배터리라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토부 관계자도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내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는 일체의 전자기기가 없다”며 “불꽃을 확인해본 결과 보관함 내 리튬이온 소재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 불이 확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해공항을 찾은 강 모(31·부산진구) 씨는 “황금 같은 연휴에 아찔한 사고를 겪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며 “올해 들어 왜 자꾸 공항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항공기에 반입된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 김해공항을 출발해 후쿠오카로 이륙을 준비중이던 에어부산 BX142 여객기 기내에서선 한 승객이 휴대한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승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승무원들의 조치로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100여 명을 태운 항공기에서 자칫 위험천만한 순간이 발생할 뻔 했다.
한편, 국토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현장에 부산지방항공청장 산하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발생 직후 항공사고조사관 3명을 사고 현장에 급파해 A321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탑승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종합해 비행기 꼬리쪽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항철위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30일 오전 10시 항공기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