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아찔” “왜 자꾸 이런 일이” 혼란 빠진 김해공항

사고 원인 두고 ‘배터리 포비아’ 확산
공항 혼선, 탑승 불안 호소 늘어나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5-01-29 17:35:32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밤 10시 26분께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났다. 독자 제공 지난 28일 밤 10시 26분께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났다. 독자 제공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 달 만에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로 김해국제공항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화재 이후 항공기 지연과 결항이 잇따르고, 공항을 찾는 이용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10시 26분께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발생 1시간 5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꺼졌다. 기체는 반소됐지만 다행히 불길이 덮치기 전 탑승자 전원이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해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29일 오후 5시 기준 경상자는 총 7명(탑승객 3명·승무원 4명)으로 확인된다.

사고 여파로 설연휴에 대인파가 몰린 김해공항은 더욱 큰 혼선을 빚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계획된 항공편 143편 중 15편이 지연됐다. 에어부산은 42편 중 4편이 결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가 보조배터리라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토부 관계자도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내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는 일체의 전자기기가 없다”며 “불꽃을 확인해본 결과 보관함 내 리튬이온 소재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 불이 확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해공항을 찾은 강 모(31·부산진구) 씨는 “황금 같은 연휴에 아찔한 사고를 겪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며 “올해 들어 왜 자꾸 공항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항공기에 반입된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 김해공항을 출발해 후쿠오카로 이륙을 준비중이던 에어부산 BX142 여객기 기내에서선 한 승객이 휴대한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승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승무원들의 조치로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100여 명을 태운 항공기에서 자칫 위험천만한 순간이 발생할 뻔 했다.

한편, 국토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현장에 부산지방항공청장 산하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발생 직후 항공사고조사관 3명을 사고 현장에 급파해 A321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탑승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종합해 비행기 꼬리쪽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항철위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30일 오전 10시 항공기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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