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1-07 07:00:00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열렸다. 누구나 운동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고령자들은 선뜻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동아대 건강관리학과 배성류 조교수의 도움말로 노년기 운동의 중요성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한다. 배 조교수는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약 8년간 근무하고 치매 예방과 뇌 기능 개선을 위한 운동 중재 연구를 이어 가고 있는 스포츠과학 전문가다.
■최고의 노쇠 예방법
건강한 노년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쇠, 근감소증, 치매와 같은 '노인증후군'을 관리해야 한다.
노인증후군은 노인에서 다발적 원인으로 인지·운동 기능과 감각 능력, 사회적 기능 저하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위험 요인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노인증후군의 핵심이다. 노쇠가 발생하면 체력이 악화되면서 운동할 힘이 더 없어지고, 영양 섭취도 나빠지면 체력은 점점 떨어지면서 운동 능력은 더 감소하고 인지기능 또한 악화돼 결국 전신 상태까지 나빠진다.
배 조교수는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서 이와 같은 노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운동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노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운동은 신체적 노쇠뿐 아니라 인지적 쇠퇴도 함께 예방한다.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을 하면 골격근이 강화되고, 골격근이 강화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마이오카인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 가소성을 촉진하고,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기여한다. 이는 학습과 기억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노쇠 예방을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균형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이에 더해 배 조교수는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개발한 치매 예방 운동 프로그램인 '코그니사이즈'를 소개했다.
유산소 운동은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하고 심혈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 주 5~7회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 또는 최대 심박수의 40~60% 정도로, 한 번에 30분 이상 한다.
근력 운동은 노쇠의 주요 원인인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척추기립근, 둔근, 대퇴사두근과 같이 주요 대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동작을 최소 주 2~3회 이상, 중강도 이상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균형 운동은 신체 안정성 향상과 낙상 예방에 꼭 필요하다.
겨울철 누구나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다면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이 소개한 하체 운동을 참고한다. 의자 뒤를 잡고 옆으로 다리를 들었다 올리는 사이드 레그 레이즈(한쪽당 10~15회), 역시 의자 뒤를 잡고 뒤꿈치를 가장 높이 들었다가 서서히 내리는 힐 레이즈(10~15회), 의자에 곧게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뻗고 다리에 힘을 준 채 앉았다 일어나는 체어 스쿼트(10~15회)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코그니사이즈는 인지(코그니션)와 운동(엑서사이즈)을 더한 용어로, 근육과 뇌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는 이중 과제 훈련이다. 스텝 박스 운동을 하면서 끝말 잇기를 한다든지, 런지 동작을 하면서 100에서 순차적으로 7을 빼는 식으로, 모든 운동 동작에 응용할 수 있다.
배 조교수는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코그니사이즈를 포함한 복합적인 운동 프로그램이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은 10개월 동안 주 1회, 회당 90분 동안 유산소와 근력 운동, 코그니사이즈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복합 운동을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3차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했다.
그 결과 복합 운동을 한 그룹이 측두엽에서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피질 두께가 두꺼울수록 인지 기능도 향상됐다. 대뇌피질의 두께 감소는 치매 발생이나 인지 기능 저하를 예측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시작이 어렵다면
이미 노쇠나 근감소증이 시작됐거나 만성질환으로 체력이 저하됐다면 운동을 시작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저항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어서 시작하고, 점차 운동 강도와 빈도를 늘리는 게 효과적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 기구나 수중 운동도 좋다.
운동을 지속하려면 가족이나 친구의 지지나 운동그룹, 노인센터 등을 활용한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 거리나 비용 등 문제로 운동시설 이용이 어렵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이나 온라인 강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나 지역사회의 운동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배 조교수는 "노인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인지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까지 세 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가 극대화되고 지속이 가능하다"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집에만 있지 말고 하루에 한 번은 외출을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출을 하면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 등 신체적 활동이 동반되고, 사회적 교류를 통해 건강 관리 정보를 얻고 동기 부여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사람 간의 대화는 뇌를 자극하고, 감정 조절, 기억력 유지, 문제 해결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배 조교수는 "활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노쇠, 근감소증, 치매 같은 노인증후군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춘다면 노년기 건강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며 "오늘 시작하는 작은 변화가 미래의 건강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