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통상장관들, ‘미 관세전쟁’속 만장일치로 공동성명 채택

APEC 통상장관들 WTO 중요성 공감
중, '보호주의 반대' 의견에 미·중 이견
한국, AI 통상 이니셔티브 제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5-17 09:44:18

지난 1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지난 1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발 글로벌 관세전쟁과 심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도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지난 15∼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한국이 의장국으로 주도한 이번 회의에서 APEC 통상장관들은 각국이 다자무역체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주에서 개최한 이번 회의에서 APEC 통상장관들의 극적 합의 끝에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공동성명서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당초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실무 협상 초기 단계에서는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컸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2기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글로벌 관세 전쟁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각국의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열렸다. 특히,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최근 제네바 합의를 통해 서로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동안 관세율을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최종 협상 타결까지 갈등의 불씨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정인교(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오콘조 이웰라(왼쪽 두 번째) WTO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정인교(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오콘조 이웰라(왼쪽 두 번째) WTO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실제로 회의 첫째날인 지난 15일 저녁까지도 중국 측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과 함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공동성명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중국 측 의견으로,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2기의 관세 공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공동성명서에 들어가는 것을 미국 측이 반대하면서, 결국 최종 공동성명에는 '다자주의 강조', '보호주의 반대' 등의 내용이 빠졌다.

한때 회의장 안팎에서는 미·중 간 견해차 때문에 공동성명 대신 의장성명 형식으로 회의가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중 양측에게 불편한 내용은 제외한 채 최종 공동성명을 채택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는 "실무 협상 초기 단계에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지만, 의장국의 리더십 하에 주요 회원들이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한 APEC 협력 방향에 대한 공동의 언어를 찾고, 컨센서스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최근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APEC 회원들이 협력해 극복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글로벌 시장에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안 매케이 캐나다 주일본 대사 겸 인도·태평양 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안 매케이 캐나다 주일본 대사 겸 인도·태평양 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먼저 이번 공동성명은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과 WTO의 개혁 방향에 방점을 뒀다.

APEC 회원들은 무역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WTO에서 통상 이슈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 높이 평가하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기업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APEC의 의지도 재확인했다.

동시에 WTO 기능 전반에 대한 의미 있고, 필수적이며,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뜻을 보았다. 오늘날 통상 현실에 부합하도록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WTO의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3월 예정된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까지 관련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은 '인공지능(AI) 통상(AI for Trade)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관세·통관 행정에서의 AI 도입 확대, 각국의 상이한 AI 제도에 대한 민간의 이해도 제고, AI 표준 및 기술에 대한 자발적인 정보 교환 등이 이니셔티브의 3대 추진 과제로 제안돼 합의를 이뤘다.

APEC 회원들은 AI를 포함한 디지털 경제가 역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해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급망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최근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공급망 재편과 기후위기라는 도전 과제 속에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역내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또한 물적·제도적·인적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APEC 연계성 청사진'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 인적 연계성과 관련한 비즈니스 교류 활성화를 위해 무비자·패스트트랙 입국이 가능한 'APEC 가상 기업인 여행카드'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양일간 회의를 주재한 정인교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 이번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의장인 저를 비롯해 20개 회원 통상장관들과 100여 명의 공동선언문 협상팀에게 큰 도전이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외교통상각료회의 및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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