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5-15 16:19:15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두 달간 약 40% 하락해 8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주력사업인 정유와 신사업인 이차전지 부문의 실적 부진에다 대규모 투자가 겹치며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이차전지 업계의 유상증자 행렬도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키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5일 종가 기준 8만 8400원 으로 전날보다 1.6%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8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권을 기록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14만 원까지 올랐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개월 동안 쉼 없이 내려 이 기간 하락률만 37%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향 흐름은 실적 악화에서 출발한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은 446억 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를 1300억 원 하회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전통적 수익원인 정유와 화학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신규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SK온의 이차전지 사업 역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여파 속 영업손실이 3000억 원에 육박했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달 급격하게 떨어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으로 인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여당인 공화당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를 1년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는 것도 불안 요소다. SK온은 지난 1분기에만 AMPC로 1708억 원을 받아 적자폭을 줄였다.
더 큰 문제는 실적 악화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올해 3월 말 49조 324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 2000억 원가량 늘었다. 차입금에서 현금을 뺀 순차입금 역시 32조 8531억 원에 달했다.
순차입금에서 SK온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수준이었다. 이차전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 게 재무구조 악화에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부채비율은 207%로 지난해 말(179%)과 비교했을 때 28%포인트(P) 증가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가면 재무 건전성에 위험신호가 들어왔다고 판단한다. 총차입금 의존도 역시 44.1%까지 늘었다. 전체 자산의 44%가 갚아야 할 외부 자금인 것이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인 Ba1으로 낮췄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부진에는 최근 이차전지 업체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시설 투자(설비투자·CAPEX)를 지난해 상당 부분 마무리한 만큼 올해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은 높게 보진 않는다. 이미 SK온은 지난해 11월 5000억 원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받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공장 등 대규모 투자는 지난해와 올해 연초에 다 이뤄져서 올해는 큰 투자는 없다"고 설명했다.